27일 태국 방콕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은 한반도 문제를 가장 먼저 논의했다. 참가국들은 남북 정상회담이후 한반도 상황이 긴장완화쪽으로 발전되고 있는 데 대해 만족을 표시했다.

이정빈(이정빈) 외교통상부 장관은 북한의 ARF 가입을 환영한다는 인사말과 함께 “남북 정상회담 이후 한반도에서 평화·협력의 새 시대가 열리고 있다”며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회원국들의 지지와 협력을 요청했다. 백남순(백남순) 북한 외무상은 “94년 ARF출범당시부터 가입을 희망했는데 그것이 실현돼 기쁘다”며 “ARF의 목적과 이상에 부응해 아시아 지역의 평화와 안보를 담보하는 데 적극적으로 기여할 것을 약속한다”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백 외무상은 “한반도의 평화확보는 외세의 개입을 근절시키는 것과 직결돼 있다”며 주한미군 철수를 의식한 부분도 연설 한 대목에 포함시켰으나 더 이상의 언급은 하지 않았다.

이렇게 해서 북한은 ARF에 가입했다. 이는 곧 북한이 다자(다자) 외교무대에 본격 등장했음을 의미한다. 또한 국제 무대에서의 의무도 부담할 것임을 천명한 것이다. ARF회원국들은 이날 채택한 의장성명에서 남북 정상회담과 북한의 가입을 환영하면서도 북한이 향후 해결해야 할 문제를 명시했다.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 유예조치가 현 상태보다 더 긍정적으로 발전돼야 한다▲한반도 에너지개발기구(KEDO)를 포함, 94년 제네바합의의 완전 이행 등이 그것이다. 여기에다 ▲국방백서 공개▲고위 안보관계자 교류▲군사훈련 실시통보 등 ARF의 주요사업도 대량살상무기 개발 중지에 투명성을 보여주지 않고 있는 북한에는 ‘압력요인’이 될수도 있다.

반면 북한의 소득도 상당할 것으로 평가된다. 우선 이를 계기로 경제회생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아시아개발은행(ADB), 세계은행(IBRD) 등 국제기구에 가입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아·태지역의 가장 큰 안보위협 국가였던 북한의 ARF 가입은 북한에 대한 국제기구의 시각에도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기 때문이다. /방콕=이하원기자 may2@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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