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을 ‘악의 축’으로 몰아세운 부시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많은 논의가 일고 있다. 할 말을 했다고 보는 사람도 있고, 경솔하다거나 비외교적인 발언이라고 보는 사람도 있다. 몇몇 그룹들은 전쟁전략과 일방주의를 관철시키려는 언동이라고 비난하기도 한다. 공산국가를 ‘악’으로 지칭한 것은 부시가 처음은 아니다.

▶레이건 대통령은 1982년 6월 영국 하원에서 연설하던 중 소련을 ‘악의 제국(Evil Empire)’으로 지칭했다. 일부 지식인들은 레이건을 외교의 기초를 모르는 ‘무식한 카우보이’로 몰아붙이기도 했다. 다음해 기독교단체 모임에서 레이건은 “오랫동안 우리 지도자들은 소련을 있는 그대로 묘사하지 못했고, 외교정책을 움직이는 사람들은 우리가 솔직해지면 상대방을 거슬리게 된다고 생각해 왔다”면서 자신의 ‘악의 제국’ 발언을 옹호했다.

▶1983년 11월에 한국을 방문했을 때 레이건 대통령은 비무장지대를 방문한 자리에서 “북한 공산체체는 증오와 압박에 근거해 있으며, 군사력 증가에만 주력하고 있다”고 연설했다. 당시 레이건은 야전군복을 입고 있어서 더없이 강력한 이미지를 대내외에 과시했다. 북한에 대해 엄격했던 그도 고르바초프와는 정상회담을 갖는 등 화해 분위기를 이끌어 갔다. 그렇다고 레이건이 고르바초프에 대해 너그럽기만 했던 것은 아니었다.

▶1987년 6월, 서베를린을 방문하던 중 레이건은 헬무트 콜 서독수상과 함께 독일 분단의 상징인 브란덴부르크 문을 찾았다. 레이건은 여기서 “고르바초프 서기장, 당신이 소련과 동유럽에 평화와 번영을 가져오고 싶으면… 이 문을 열고, 이 장벽을 허무시오!”라고 연설했다. 1989년 12월, 브란덴부르크 문은 실제로 열렸고, 베를린 장벽도 허물어졌다.

▶내일 서울에 도착하는 부시 대통령은 20일 김대중 대통령과 함께 경의선 도라산역에서 연설을 할 예정이고, 21일에는 오산 공군기지에서 연설할 것이라고 한다. 스타일면에서 레이건을 많이 닮았다는 부시 대통령은 어떤 발언을 남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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