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 강국 동북아 패권 경쟁 돌입… 외교·안보 전문가 진단]

"美·日 안보 이익 맞아떨어지는데 한국만 어정쩡한 상태
한반도 관련 중요한 결정 상황에서 한국이 소외될 수도
日 집단자위권 잘 활용 땐 도움… 행사범위 사전 논의해야"

미·일 동맹과 중국이 동북아에서 본격적인 패권 경쟁에 돌입하면서 한반도는 냉전 이후 최대의 안보 상황 변화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 다수의 전문가는 "주변 안보 상황에 중요한 변화가 생기면서 점점 위기 상황으로 가고 있다"고 했다. 일부 학자는 "구한말과 같은 상황이 올 수 있다"고 했다. 최근 중국의 대규모 서해상 군사훈련과 미국의 미사일 방어(MD) 체제 동참 요구, 일본과의 관계 악화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미, 중, 일 동북아 패권 경쟁 속 한반도 그래픽
미, 중, 일 동북아 패권 경쟁 속 한반도 그래픽
◇"(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최근 한반도 안보 상황에 대해 "큰 변화가 없던 상황에서 위기 국면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했다. 박 교수는 "미국과 일본은 한반도에 대한 안보 이익이 맞아떨어지는데 우리는 일본과 전혀 대화가 안 되는 국면이 이어지면서 우리만 어정쩡한 상태가 됐다"며 "미국과도 생각이 달라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유예와 방위비 분담금 문제 등 중요한 과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

박인휘 이화여대 교수는 "한반도와 관련해 중요한 결정 상황에서 우리가 배제될 수 있다는 점에서 위기 상황"이라며 "다른 국가들이 나름의 전략을 놓고 경쟁하는 상황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우려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치열한 외교 전쟁이 벌어지는 현 상황이 구한말과 비슷하다"며 "구한말에 국제 관계가 서구 중심으로 흘러서 상황에 대비하지 못했는데 지금도 우리가 소외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김태효 성균관대 교수도 "단기적으론 위기라고 볼 수 없지만, (위기가) 무르익고 있다"며 "미·중 관계의 미래가 잘 보이지 않고 집단적 자위권과 북핵문제도 심화되고 있다"고 했다. 홍지인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장은 "한반도 주변 질서가 재편되고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변화의 시기"라고 했다. 다만 이상현 세종연구소 안보전략연구실장은 "강대국이 대결하는 틈새를 잘 활용하면 한국의 운신 폭이 커질 수 있다"고 했다.

◇"중국 군사 훈련, 센카쿠와 한반도 겨냥"

중국이 최근 서해상에서 대규모 상륙 훈련을 실시한 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았다. 이상현 실장은 "대상이 한반도가 될 수도 있고 센카쿠가 될 수도 있다"고 했고, 김태효 교수는 "센카쿠나 남중국해는 너무 멀어서 연결짓기 곤란하다"며 "불안한 북한 정세와 한·미 관계 등에 비춰볼 때 주변국에 자기들이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의도"라고 했다. 박인휘 교수는 "센카쿠 대비 목적이 40~50%, 한반도 유사시와 남중국해 등을 겨냥한 목적이 50% 남짓으로 보인다"고 했다. 전재성 서울대 교수는 "군사 훈련 규모가 통상적 국내 훈련으로 보기엔 너무 크다"고 했다.

◇"일본의 집단 자위권, 당장 위협은 아니지만…"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에 대해 다수의 전문가는 우리 안보에 당장 위협은 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김태효 교수는 "일본 자체를 위협으로 본다는 것은 너무 비약적"이라며 "미·일 동맹이 한반도 안정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잘 활용해서 국익으로 연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원곤 교수는 "영향이 없거나 오히려 (북한 도발 시 등에는)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전재성·박인휘 교수도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 범위에 대해서는 사전에 우리 정부가 미·일 양국과 충분히 논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원곤 교수는 "한·미·일이 머리를 맞대고 한반도와 관련된 부분은 어떻게 할지 명확하게 해야 한다"고 했다.

◇미국이 요구하는 MD 편입에는 의견 엇갈려

전문가들은 북한의 미사일에 대한 방어 능력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지만 미국이 원하는 고(高)고도 MD 체인에 우리나라가 편입될 필요가 있느냐는 부분에서는 의견이 갈렸다. 전재성 교수와 이상현 실장은 "미국이 주도하는 MD가 아니라 한국형 KMD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태효 교수도 북한만을 겨냥하는 '작은 MD'로 가야 한다고 했다. 비용상 부담이 너무 크다는 점, MD의 본질이 미국의 중국 견제용이라는 점에서 외교적으로 신중해야 한다는 점 등이 이유였다. 반면 박원곤 교수는 "필요한 만큼 (미국의 MD 체제에) 들어가야 한다"고 했고 홍지인 소장도 "굳건한 한·미 동맹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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