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남 매체들을 총동원해 ‘박근혜정부 타격 선전전’에 나서고 있는 것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대남공작 파트에 대한 직접적인 지시가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정보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북한이 지난해 대선 때 이른바 진보진영을 활용해 남한 정권의 성격을 바꿔보려는 시도를 벌였지만 실패하자, 김 제1위원장이 직접 나서 대남 정치개입 공작을 지시하고 이를 통해 남한의 정치지형을 바꾸려 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정일 정권 때를 포함해 북한 정권의 최고 지도자가 직접 대남 공작 지시를 내린 게 확인된 것은 처음이다.
김 제1위원장의 선전전 확대 지시를 받은 김양건 통일전선부장 겸 대남비서의 ‘박근혜정권 퇴진투쟁 및 야권연대 강화’ 지령은 남한의 정치지형을 뒤흔들려는 ‘신종 북풍’ 수법으로 평가된다. 당국의 한 관계자는 20일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단기적으로는 사회적 갈등 이슈들을 지속적으로 만들어내 남한 정부의 지지도를 끌어내리고,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범야권 결집을 통해 야당에 유리한 정국을 조성하겠다는 의도를 보인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더 멀리는 차기대선에서 정권교체가 가능한 구도로 바꿔보겠다는 계산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대남사업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김 통전부장의 개인적인 야심도 작용했다. 최근 김 제1위원장이 통합진보당 사건을 계기로 대남 지하당 사업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면서 김 부장이 대남 지하당 공작을 하는 225국의 사업까지도 직접 챙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유동열 치안정책연구소 선임연구관은 “225국은 통전부의 권한이 아님에도 대남비서를 겸하는 김양건 부장에게 권한을 부여해 대남 심리전과 정치공작을 강화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대남정책이 통하지 않으면서 직접적인 정치개입 전략으로 방향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10월 초 김 제1위원장의 지시가 있은 지 1주일도 안돼 노동신문을 비롯한 북한 공개매체들이 잇달아 ‘진보·애국세력의 연대’를 강조하는 대남선동 기사를 쏟아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4일자에서 ‘유신독재 부활을 결단코 막아야 한다’는 기사를 통해 최근 정부의 통합진보당 해산 심판 청구에 대해 “남한사회가 유신독재 체제로 되돌아갔다는 것을 보여주는 실례”라며 “남한의 각계각층은 굳게 단결하여 진보 민주세력에 대한 탄압과 유신독재의 부활을 저지시키기 위한 투쟁에 총궐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각계각층 진보·애국역량은 연대와 연합을 더욱 적극화하라”고 선동했다.
앞서 10월 28일자 노동신문도 ‘정당활동의 자유를 말살하는 정치테러행위’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통합진보당에 대한 괴뢰들의 탄압책동은 일개 야당만을 겨냥한 것이 아니며, 남조선 각계 진보정당들과 단체들은 단결의 힘으로 굴함 없이 맞서나가야 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북한은 최근 범야권 연석회의 출범에도 크게 고무돼 온·오프라인 선전매체들을 총동원해 ‘대선 불복 투쟁’ 선동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의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법외노조화 추진에 대해서도 “진보 민주세력을 초토화하고 정의와 민주주의를 유린 말살하려는 음모”라며 유신독재 부활과 결부시키고 있다.
/출처 - 문화일보 방승배 기자 bsb@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