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격한 인사변동 속 충성경쟁 관측
朴대통령 대북발언 뒤 비방 수위 높아진 점에 주목해야 한단 지적도
 

탈북자 단체인 자유북한운동연합 회원들과 수잔 솔티 여사가 이끄는 미 북한자유연합이 26일 오후 경기 파주시 임진각 망배단에서 미국인 포로 송환을 촉구하는 대북전단을 날리고 있다. 2013.10.26/뉴스1 © News1 양동욱 기자
탈북자 단체인 자유북한운동연합 회원들과 수잔 솔티 여사가 이끄는 미 북한자유연합이 26일 오후 경기 파주시 임진각 망배단에서 미국인 포로 송환을 촉구하는 대북전단을 날리고 있다. 2013.10.26/뉴스1 © News1 양동욱 기자

북한에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집권 2년차가 마무리 되어가는 가운데 올해 지속된 북한 대남 비방의 '경향'에 관심이 쏠린다.

특히 원색적 비방이 일정 시기에 집중되다 완화되는 현상이 반복되는 등 대남 메시지의 호흡이 짧아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의 대남 비방은 정치적으로 필요성이 있을 경우 활용돼왔던 남북관계 상의 오랜 전술로 새로울 것은 없다.

다만 최근들어 북한이 남측에 보여왔던 비방의 흐름이 종잡을 수 없을 정도로 그 수위가 오르락내리락 하는 모습이 두드러진다.

북한은 개성공단 재가동 협상이 이뤄지던 올 중반까지 대체적으로 원색적 대남 비방을 자제하는 모습이었다.

재협상 과정에서 필요시 남측 태도를 비난한 적은 있었지만, 이는 개성공단을 둔 협상 가능성을 두고 이뤄진 것이어서 대체적으로 대화국면이라는 틀에 영향을 받았다.

잠잠했던 북한의 대남 비방은 주로 개성공단이 재가동된 이후 다시 잦아졌다. 특히 이산가족상봉이 무산된 이후인 지난 9월부터는 박근혜 대통령을 실명 비난하는 북한 기관의 논평이나 담화가 늘어났다.

당시 금강산관광 재개 문제가 뜻대로 풀리지 않는 등 정부의 대북정책 변화를 압박하기 위한 차원으로 이해되면서 당분간 같은 흐름이 지속될 것이라는 게 정부 당국 안팎의 예상이었다.

그러나 북한은 다시 지난달 남측 월북자를 송환하고 우리 국회의원들의 개성공단 방문을 수용하는 등 대남 유화제스처를 취했다. 실제로 이 시기 박근혜 대통령을 실명 비난하는 등의 대남 메시지는 눈이 띄게 줄었다.

하지만 얼마가지 않아 북한은 다시 박근혜 대통령의 유럽 순방시 대북 발언에 대한 원색적인 비방을 쏟아내며, 수개월 동안 들쭉날쭉한 대남 메시지 경향을 보였다.

때문에 김정은 집권 초반 북한의 군부 등 관계 기관들이 충성 경쟁을 하느라 대남 메시지 조절이 원만하게 되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김정은 정권 들어 북한 고위 인사 변동이 유난히 많았던 점을 생각해 보라"며 "각 기관들이 새 지도자에게 보여주기 위한 충성 메시지가 남측에 대한 비방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북한의 대남정책 과정에서 대남 메시지가 효과적으로 정돈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반면 북한의 대남 비방이 어떤 계기에 나오고 있는 지를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도 설득력을 얻는다.

북한의 대남 비방이 대체적으로 정부의 대북정책 변화를 압박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다만 대통령에 대한 원색적 비난은 대부분 북측이 내정간섭으로 간주할 여지가 있는 우리 대통령의 발언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 교수는 "북한이 입에 담지 못할 거친 표현을 쓰며 남측을 비난하기에 앞서 우리 대통령이 해외에서 북한의 변화를 촉구하는 발언을 냈다"고 지적했다. 양 교수는 "북한은 정치적 특성상 체제와 존엄을 비판하는 듯한 목소리가 남측에서 나오면, 이에 대한 반발이 나올 수 밖에 없는 구조"라며 "상호 간에 불필요한 발언과 언급을 피할 자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북한 국방위원회 정책국은 최근 박근혜 대통령이 유럽순방 중 북한 문제를 언급한 것과 관련 "함부로 재잘거리지 말라", "그 애비의 그 딸", "주인의 사타구니를 맴도는 삽살개" 등 매우 원색적인 표현을 쓰며 비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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