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3일 청와대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공동성명을 통해 "국제사회 요구와 유엔 안보리 관련 결의에 반하는 평양의 독자적 미사일 능력 구축을 용인할 수 없다"는 양국 입장을 다시 확인했다. 두 대통령은 또 "최근 역사 퇴행적 언동으로 조성된 장애로 동북아 지역의 협력 잠재력이 완전히 실현되지 못한 것과 관련해 우려를 표시한다"고 말했다. 일본이라고 박지는 않았지만 아베 내각의 과거사 관련 언동(言動)을 강하게 문제 삼은 것이다. 두 나라는 북한 나진항과 러시아 하산시를 잇는 철도 및 지역 개발 사업에 한국 기업이 참여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양해각서도 체결했다.

러시아는 여전히 한반도 주변 군사 강대국의 하나로서 한때는 북한과 안보 동맹을 맺었던 사이다. 그래서 푸틴 대통령이 평양과 마주한 서울에서 북한 핵·미사일에 단호히 반대하는 입장을 내놓은 것은 더 의미가 있다. 희망적으로 해석하면 중국에만 기대왔던 대북(對北) 핵 지렛대 하나가 추가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러시아와 북한은 나진·하산 프로젝트를 위해 러시아 철도공사가 70%, 북한 나진항이 30%를 출자한 합작회사를 세웠으며, 나진~하산 54㎞ 철도가 지난 9월 개통됐다. 이번 정상회담 후속 합의로 포스코·현대상선·코레일 등 한국 기업은 러시아 측 지분의 절반을 인수해 이 회사의 대주주가 된다.

정부 일각에선 우리 기업의 나진·하산 프로젝트 참여가 북의 천안함 공격에 대한 제재 조치인 5·24 조치에 위배된다는 의견이 나왔다고 한다. 그러나 러시아를 새로운 기회의 창(窓)으로 삼아야 한다는 박 대통령의 의지가 이런 신중론을 눌렀다. 이번 결정이 북을 대화·협력의 장으로 끌어내는 데 일정한 역할을 해야 그 의미가 살아날 수 있다.

박 대통령은 취임 첫해 4강 중 미국 중국 러시아를 직접 방문하고, 미·중·러시아 정상과 두 번 이상 회담을 가졌다. 박 대통령의 정상 외교에서 일본만 빠져 있다. 동북아 안보에서 차지하는 한·미·일 관계의 특수성에 비추어 볼 때 한·러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일본 비난 구절을 구태여 넣은 것이 외교적으로 어떤 실익(實益)이 있는지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 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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