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발언, 수사에 가까운 원론적 입장
6자회담 재개 논의 이제 막 시작.. 이산상봉 연내 무리 추진할 게제 아냐

박근혜 대통령의 남북정상회담 관련 발언을 기점으로 남북 간 대화 재개의 가능성을 가늠해보는 관측들이 제기되고 있다.

 때맞춰 6자회담 재개 움직임까지 가시화하면서 이와 맞물려 남북관계 개선의 첫 단추로 간주되는 이산가족상봉 재추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연내 이산가족상봉이 이뤄지긴 아무래도 어렵지 않느냐는 분석이 나온다.

 일단 이같은 분석들은 박 대통령의 "남북관계 발전이나 평화를 위해 필요하다면 언제라도 (김정은 북한 국방위 제1위원장을) 만날 수 있다"는 최근 발언에 대한 정부 내 기류에서 비롯된다.

 정부 당국의 한 관계자는 "최근 6자회담 등 북핵대화 움직임과 이산상봉을 지금 연결지어 생각할 필요는 없다"며 "대통령의 발언은 외신과의 인터뷰 과정에서 나온 원론적인 수준의 이야기로 이해한다"고 말했다.

 다른 대북 소식통도 "대통령의 남북정상회담 가능성 발언은 본래 현 정부 기조와 다른 것이 아니다"며 "따라서 남북관계에선 역시 원칙을 중시하는 정부 입장이 계속해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같은 분석은 박 대통령의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언급을 소강상태에 있는 남북관계의 전환 신호탄이라기 보다 '수사'에 가까운 표현이었다고 보는 시각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박 대통령의 이번 발언을 계기로 현 정부의 대북정책 변화 가능성을 제기하는 시선들에 대해서도 정부 내부에선 이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며, 경계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나아가 이같은 기류는 북한의 일방적 연기로 보류된 이산상봉 역시 연내 재추진될 가능성은 그다지 높지 않다는 관측으로 이어진다.

 특히 북한이 이산상봉을 연기한 주된 이유가 금강산관광 재개 가능성을 보류하는 듯한 남측 정부의 태도에 있었던 점을 상기하면, 연내 이산상봉 여지는 더욱 낮아진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 교수는 "남측이 먼저 금강산관광과 관련한 협의를 제안한다면 몰라도 그렇지않다면, 결과가 뻔한 상황에서 북측이 이산상봉을 먼저 제안하겠느냐"고 말했다. 북측이 이산상봉 재추진을 제안한다고 해도 남측의 '금강산관광-이산상봉 분리원칙'에 변함이 없는 이상 그럴 개연성이 떨어진다는 얘기다.

 또 북한 내부 정치일정 상으로도 김정일 사망 2주기(12월 17일), 김정은 최고사령관 추대 2주년(12월 30일) 등이 연말에 몰려 있는 등 유화적 분위기에서 남북 간 대화 흐름을 이어가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편으로 현 남북대화 소강상태는 6자회담 관련국들 간 이뤄지고 있는 북핵문제 논의의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형국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는 게 적합하다는 시각도 제기된다.

 최근 미중 6자회담 수석대표간 회동에 이어 한중일 3국간 6자수석 회담이 예정돼 있는 등 북핵대화 가능성이 타진되고 있는 상황에서 남북측 모두 이산상봉 등 남북 간 사업을 펼칠 필요성은 크지 않다. 우리 정부 입장에서는 북핵문제에 있어서 북한이 어떤 카드를 들고 나오는지 확인 한 뒤라도 늦지 않다는 뜻이다.

 '6자회담 재개 가능성 모색-북미협상-6자회담-남북정상회담'이라는 수순을 가정적 흐름으로 볼 수 있다면 이산상봉은 종속변수 이상이 될 가능성이 별로 없다는 얘기도 된다.

 결국 관련국 간 6자회담 재개 논의가 보다 구체화되는 적절한 시기까지 남북 양측이 일단 숨을 고르며 때를 기다릴 것이란 관측이 상대적으로 설득력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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