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를 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은 2일 프랑스 신문 르피가로와의 인터뷰에서 "남북관계의 발전이나 한반도 평화를 위해 필요하다면 언제라도 북한 김정은을 만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김정은과 정상회담을 할 준비가 돼 있느냐'는 질문에 "언제라도 북한을 도울 준비가 돼 있다"면서 이렇게 답변했다. 박 대통령은 "단순히 회담을 위한 회담이라든가 일시적인 이벤트성 회담은 지양(止揚)하고자 한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진정성"이라고 했다. 정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정부는 현재 남북 정상회담을 추진하고 있지 않다"며 "대통령의 말은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기 위한 포괄적 제의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 5월 미국 방문을 앞두고 가진 워싱턴포스트지(紙) 인터뷰에서 남북 정상회담에 관한 질문이 나오자 "지금 당장 그렇게 해서 무슨 효과가 있겠느냐"며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올 5월은 작년 말부터 시작된 북의 대남(對南) 도발 위협이 최고조에 이른 시기였다. 북의 도발 수위가 그때보다 낮아지고 개성공단이 9월에 다시 문을 열었지만 지금도 남북관계는 풀릴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박 대통령은 꽉 막힌 남북관계를 풀어갈 계기를 만들기 위해 북한이 '최고 존엄'이라며 떠받들고 있는 김정은과의 정상회담 의사를 먼저 밝힌 것으로 보인다. 여권(與圈)에선 북의 천안함 도발에 대한 응징 차원에서 2010년 5월에 취해진 '5·24 제재 조치'를 재검토해야 하며, 남북대화다운 대화를 못 했던 이명박 정부의 실패를 되풀이해선 안 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박 대통령은 대북 정책에서 역대 대통령들에 비해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 이런 국민적 지지가 있기 때문에 북한만 바뀐다면 박 대통령의 대북 제안은 실현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북한은 과거 남북 간에 체결된 여러 합의들을 사실상 사문화(死文化)시켰다. 이래서는 남북관계가 정상화될 수 없다. 북한이 상호 존중과 약속 이행이라는 국제법의 일반 원칙부터 지키는 것이 새로운 남북관계의 출발점이다.

대한민국은 북한 주민의 삶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에 협조할 준비도 돼 있다. 그러나 북한 정권이 북한 주민을 도우려는 우리의 노력을 악용(惡用)하려 들면 우리 내부에서 대북 지원에 대한 반대 의견이 커질 수밖에 없고, 정부가 남북관계 개선을 밀고 나가기도 어렵게 된다.

북한은 박 대통령이 밝힌 남북대화 의지를 가볍게 받아들여선 안 된다. 지금 대한민국 말고는 북한 주민을 돕기 위해 발 벗고 나설 나라는 없다. 북한은 자신들이 처해 있는 상황을 바로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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