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위한 Newstory' 프리미엄조선이 4일 오픈한다. 프리미엄조선은 오픈 기념 특별기획으로 북한을 탈출한 꽃제비들로 구성된 합창단을 주제로 '프리미엄 크로스미디어 1탄 : 와글와글 합창단'을 선보인다. 죽음의 고비를 넘고넘어 남한에 안착한 탈북자들과 꽃제비의 희망 이야기, 그 첫편의 일부를 소개한다./편집자

와글와글 합창단
와글와글 합창단

2013년 8월 8일. 폭염특보라고 했다. 서울 방배동의 기온은 영상 섭씨 33도, 체감온도는 40도를 훌쩍 넘겼다. 에어컨을 아무리 틀어 놓아도 ‘두리하나 국제학교’ 아이들 30명이 내뿜는 열기를 식히기엔 역부족이었다. 일곱 살에서 열 다섯 살까지의 어린 학생들은 마침내 더위를 이기지 못하고 교실 밖으로 뛰쳐나왔다. 합창 연습시간이었다.

길 건너 공원에는 커다란 분수가 있다. 아이들은 차가운 물을 향해 내달렸다. 분수에서 쏟아지는 물벼락을 맞으면서 행복한 웃음을 연신 터뜨렸다. 학생들을 따라 나온 음악 선생님, 김나래(34)씨는 자원봉사자다. 그녀는 팔짱을 낀 채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자유롭게 뛰어 노는 모습이 보기 좋네요. 태어난 이후 줄곧 속박된 상태로 자란 아이들이거든요."

국제학교에서 합창단을 구성한 건 지난 2월이다. 이름을 정하지 못했는데, 수업 시간마다 떠들며 집중하지 않는 모습 때문에 와글와글 합창단이라고 부르게 됐다. 수업을 자주 빼먹은 덕분에 실력은 엉망진창이다. 그래도 아이들은 자신만만하다.

“우리는 실전에 강해요. 무대 위에만 올라가면 1등을 할 걸요? 지금 모습으로 우릴 판단하면 안돼요. 그건 실수라니까요.”

합창단 아이들에겐 공통점이 여럿이다. 무엇보다 합창 연습에 무관심하다는 점, 공부보다 연애에 관심이 많다는 점. 마지막 공통점은 바로 이것이다. 고향이 북한이라는 점.

합창단에 모인 30명의 학생들은 모두 북한에서 태어난 꽃제비거나 중국으로 팔려간 엄마가 낳은 아들, 딸이다. 예외없이 중국과 태국을 거치는 1만km의 탈출길을 걸어서 자유를 찾은 아이들이다.

김혜송(10)양은 북한에서 부모를 잃었다. 돈 벌어 오겠다던 엄마는 집을 나가서 돌아오지 않았다. 아빠는 사고로 숨졌다. 고아원에 맡겨졌는데 외삼촌이 찾아와 중국으로 탈출시켰다. 처음 만난 선교사를 따라 며칠간 산을 넘고 강을 건넜다. 라오스를 거쳐 태국에 도착했다는 사실은 한참 뒤에 알았다. 그렇게 한국에 왔다. 소녀의 꿈은 가수다. "제가 유명해지고 TV에 자주 나오면 우리 엄마가 저를 알아보고 찾아오지 않을까요?"

여학생들에게 인기 만점인 유인국(15), 성국(12) 형제는 운이 좋았다. 가족들이 함께 배를 타고 북한을 탈출했다. 아이들은 생생하게 기억했다. "엄마가 초코파이를 실컷 먹여 줄 테니 배를 타러 가자고 했어요. 조그만 배 안에 먹을 게 가득했죠. 아빠는 남쪽으로 계속 배를 몰았어요. 일본 순시선이 우리 배를 발견하고는 끌고 갔어요. 거기서 조사를 받고 한국에 왔어요."

탈북하는 게 무섭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형제는 입을 모았다. "어디로 가는 지도 모르는데 뭐가 두렵습니까? 그냥 초코파이만 먹으면 됐는 걸요."
합창단에는 생사를 넘나드는 서른 개의 놀라운 탈출 이야기가 가득하다. 어린 나이에 중국과 북한의 국경을 넘은 뒤 다시 동남아 국가로 밀입국해 자유를 찾은 사연이다. 자원봉사자인 선생님들이 학생들의 자유분망한 모습에도 감동한 까닭은 바로 여기 있었다.

두리하나 국제학교 교장인 천기원 목사는 말했다. "지켜봐주세요. 우리 아이들은 반드시 훌륭하게 자라서 통일의 밑거름이 될 겁니다. 어린 시절에 고통을 많이 겪은 사람일수록 큰 나무가 될 수 있다고 저는 믿거든요."

北 탈출한 꽃제비로 구성된 '와글와글 합창단', 희망을 노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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