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이산가족 신청자 138명의 가족 생존자 명단을 보내온 27일 서울 중구 남산동 대한적십자사(총재 정원식·정원식) 2층 생존자확인센터는 오전부터 “언제 북의 가족 생사를 확인할 수 있느냐”는 전화가 쇄도했다.

명단이 발표된 오후 1시30분 이후엔 쉴 새 없이 전화벨이 울렸고, 10여명의 적십자사 자원봉사자들은 일일이 명단과 가족관계 등을 확인해 생존자와 사망자를 알려줬다.

이산가족들은 가족의 생사여부가 확인될 때마다 환호와 탄식을 거듭했다. 자원봉사요원 김혜진(34)씨는 “가족이 살아있다는 소식에 환호성을 울리다가도 다른 분이 돌아가셨다는 것을 알면 다시 울음을 터뜨리신다”고 말했다.

전화를 기다리다 못해 직접 적십자사를 찾아온 실향민도 많았다. 채성신(72)씨는 “급한 마음에 오전부터 직접 와 기다렸다”며 “어머니와 남동생은 이미 돌아가셨고, 여동생만 살아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평안북도 영변군이 고향인 채씨는 48년 17세 때 서울에 있는 아버지를 찾아 혼자 월남했다. 어머니와 어린 동생들은 고향을 지키기 위해 남았다. 채씨는 “공부 열심히 하고 몇 년 후에 만나자는 어머니의 말이 마지막 유언이 될 줄은 몰랐다”며 “평생 한번만이라도 어머니를 보겠다는 일념으로 살았는데…”라며 끝내 눈물을 흘렸다. 개성이 고향인 송성수(70)씨는 “동생 네 명이 모두 살아 있다는 기쁜 소식을 들었다”고 말했다.

이산가족 상봉신청서를 들고 사무실을 찾은 송재봉(71)씨도 “생사를 확인하는 사람들을 보니 나까지 눈물이 난다”며 “정부가 나서서 모든 이산가족이 가족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적십자 직원들을 붙잡고 하소연했다.

한편 이날 적십자사 사무실에는 ‘명단에서 제외된 사람들’의 항의전화도 쇄도했다. 적십자사의 한 관계자는 “나이 어린 60대와 직계가족이 아닌 방계가족을 찾는 사람이 포함돼 있다는 사실에 항의하는 분들이 오히려 더 많다”며 “그분들 마음이야 이해하지만 우선은 가족을 찾으신 분들을 축하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안타까워했다.

적십자사 남북교류팀의 박성은(44) 팀장은 “이번 이산가족들의 만남은 작은 시작이지만 언젠가는 모든 이산가족들의 만남이라는 큰 열매를 맺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동훈기자 dhso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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