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3省 고위 인사·기업인 100여명 초청 '경제포럼' 열어]

中, 낙후된 동북3성 개발과 한국·일본과 연결하는 동해 협력체제 구축 관심
韓, 동북 3성과 협력 잘되면 남북간 교류에 큰 호재 판단… 삼성·LG 등도 투자 검토

 
 
정부는 25일 중국 동북 3성(省)의 정부 고위 인사와 기업인 100여명을 초청, 투자 설명회 형식의 한국, 동북 3성 경제협력 포럼을 열었다. 지린(吉林)·랴오닝(遼寧)·헤이룽장(黑龍江) 등 북한과 접한 동북 3성의 주요 인사들이 동시에 방한해 대규모 투자 설명회를 가진 것은 처음이다. 한국 기업의 투자를 유치해 상대적으로 낙후한 동북 3성을 개발하려는 중국과 북한 개방·개발을 위한 우회 투자 루트를 찾으려는 한국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동북 3성 "동해 해상 통로 열자"

지린성 왕화원(王化文) 부성장은 이 자리에서 "한·중 간 해상 협력을 강화하자"며 "훈춘(琿春)과 속초 항로 등 동해 해상 통로 건설은 동북아 국가 간 협력을 강화하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했다. 또 "부산과 일본 니가타 등과 교통 운수 통로도 필요하다"고 했다. 현재 훈춘~러시아 자루비노~속초를 연결하는 동해 항로가 개설돼 있는데 이를 더 확대하자는 것이다.

동해로 가는 바닷길이 막혀 있는 동북 3성은 2011년부터 북한 나진과 훈춘을 연결하는 도로망을 깔고 나진항을 통해 상하이(上海) 등으로 석탄·곡물 등을 운송해 왔다. 왕 부원장이 명시적으로 나진항을 언급하진 않았지만 북한을 통해 한국·일본·중국 남부 지역을 연결하는 동해 경제협력 체제를 구축하려는 전략인 셈이다.

25일 서울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한·동북3성 경제협력 포럼에서 지린성 왕화원(오른쪽에서 다섯째) 부성장과 랴오닝성 천수전(오른쪽 여섯째) 부비서장, 헤이룽장성 자오우쥔(오른쪽 일곱째) 상무부청장이 경제협력 합의문을 쓴 뒤 한·중 기업인들과 손을 맞잡고 있다. /주선양 총영사관 제공
25일 서울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한·동북3성 경제협력 포럼에서 지린성 왕화원(오른쪽에서 다섯째) 부성장과 랴오닝성 천수전(오른쪽 여섯째) 부비서장, 헤이룽장성 자오우쥔(오른쪽 일곱째) 상무부청장이 경제협력 합의문을 쓴 뒤 한·중 기업인들과 손을 맞잡고 있다. /주선양 총영사관 제공
왕 부성장은 "지린성과 한국 경제는 상호 보완성이 강하니 협력을 강화하자"고 했고, 랴오닝성 천수전(陳淑珍) 부비서장은 "한국 기업이 인프라 건설에 적극 참여해 달라"고 했고, 헤이룽장성 자오우쥔(趙武君) 상무부청장은 "한국과 전면적 동반자 관계를 맺고 싶다"고 했다.

◇"동북 3성 통해 북한 개방·개혁"

김규현 외교부 제1차관은 이날 "한국과 동북 3성 간 경제 협력이 활성화되면 동북아 평화의 기초가 될 수 있고, 북한도 역내 협력과 소통을 통해 개방과 개혁으로 이끌어낼 수 있다"며 "유라시아와 태평양을 잇는 글로벌 물류 허브로서 입지를 갖추고 있는 만큼 한국과 동북 3성이 좋은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했다. 동북 3성이 대북(對北) 투자와 경제 교류의 통로인 동시에 러시아·몽골 등과 연결되는 지정학적 입지를 갖추고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동북 3성은 당장의 경제적 이득보다는 남북 간 교류를 위한 우회 투자 경로로 중요하다"고 했다.

현재 동북 3성에는 SK와 포스코 롯데 금호아시아나 하나은행 등이 진출해 있고, 삼성 LG 한화 CJ 등도 현지답사 등을 통해 투자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행사에는 기업 관계자 120여명이 참석했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김병연 교수는 "북한과 동북 3성 기업 간 상업적 거래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며 "동북 3성을 대북 경제 교류의 지렛대로 삼아 남과 북, 동북 3성이 경제적으로 결합되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