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모 김정숙의 묘지가 평양 최고 명당이라는 소문이 나며 소원을 빌려는 북한 고위층 부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고 미국의 자유아시아방송(RFA)이 25일 보도했다.

김정숙의 묘는 반신상과 함께 평양 대성산 주작봉 마루 혁명열사릉에 안장돼 있다.

얼마 전 중국을 방문했다는 한 평양 주민은 25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이곳은 평양의 기류가 시작되는 명당 자리여서 고위층 간부 부인들이 자기 소원을 빌러 다닌다”며 “특히 김정숙의 흉상 앞에 가면 마치 산신이 거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고 전했다.

그는 “평양에서 유명하다는 점쟁이들이 거기 가서 소원을 빌면 성취된다는 말을 듣고 요즘 간부 아낙네(아내)들이 앞을 다퉈 찾아가고 있다”며 “한 유명한 중앙의 간부 부인이 남편이 무사하고 집안의 대가 잘 이어지게 해달라고 빌었더니 진짜 자기 남편이 승진하고, 아들도 김일성종합대학에 입학했다더라”고 말했다.

이 주민은 “이런 소문이 한입 두입 건너 퍼지자, 간부 부인들은 음으로 양으로 많이 다니고 있다”면서 “과거에는 잘 몰랐는데, 지금 김정숙 반신상 앞에 가서 절하는 사람들을 보면 마치 자기의 소원을 빌러 오는 사람들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미신이 아니냐”는 질문에 이 주민은 “요즘 조선(북한)의 웬만한 간부들은 모두 점쟁이들을 다 끼고 있다”면서 “이들은 자기 전용차까지 보내 점쟁이들을 ‘모셔’다가 점괘(占卦)를 보고 액막이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점쟁이들에게 의지하여 나라를 다스렸다”며 “생전 당 대회나 큰 국가적인 행사들은 모두 ‘손 없는 날’(악귀가 없는 날이란 뜻)에 행했다”고 전했다.

대성산 혁명열사릉에 김정숙의 묘가 안장되게 된 것도 “어머니를 잘 모시면 김 위원장 대가 흥하게 된다”는 점쟁이의 조언에 따른 것이라고 이 주민은 덧붙였다.

북한의 혁명열사릉은 1954년에 대성산기슭 미천호 옆에 건립됐다가, 김정일이 후계자로 내정된 시기인 1975년에 주작봉 마루로 자리를 옮겼다.

또 다른 탈북자도 “대성산 주작봉 마루에 올라 평양시 전경을 보면 평양시가 한눈에 다 들어오고, 더욱이 김정숙의 반신상과 주석궁은 일직선 상에 놓여 뭔가 기운이 흐른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그는 “김정숙의 반신상은 1년 열두 달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라며 “설사 자기 소원을 빌러 자주 간다 해도 오히려 충성심이 높다고 칭찬까지 받을 수 있다”고 이 방송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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