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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상] 외국원수가 평양을 방문할때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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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2.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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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중요하게 여기는 외국의 국가원수가 평양을 방문할 때면 보름쯤 전부터 평양은 사실상 봉쇄된다. 지방에서 평양으로 들어가는 여행증 발급이 중단되고 평양에 있던 지방사람들도 대개 1주일 전까지는 떠나야 한다. 평양으로 통하는 모든 통로는 철저히 통제되고 기차역은 보안요원들로 포위되다시피 한다. 한마디로 모든 주민이 움직이지 말라는 것이다.

▶이 같은 조치는 외국원수의 신변안전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또한 환영행사 등에 나서는 김정일의 경호를 위한 것이기도 하다. 김정일이 통과하는 도로주변에는 미리 정해진 사람들 외에는 접근할 수가 없다. 미국 타임지는 18일자에서 김정일 경호원 출신 탈북자의 증언을 통해 김정일 별장에 멋모르고 접근하던 어선과 차량이 사격을 받아 그 안의 사람들이 사망한 사례들을 소개하고 있다.

▶김정일의 지방 나들이 때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함흥역에서 김정일 전용특별열차가 지나가는 순간을 경험한 한 탈북자의 이야기다. “인민보안원(경찰)이 갑자기 모든 기차의 운행이 7시간 동안 중단된다고 발표했다. 몇 시간 후 역주변의 모든 사람들은 선로 반대방향으로 몸을 돌리고 있으라고 했다. 그리고 20분 후 특별열차가 지나갔다.”

▶러시아의 한 지방법원이 작년 여름 김정일의 러시아 방문 때 일반 열차가 9시간 지연되는 바람에 불편을 겪은 시민에게 러시아 철도당국이 정신적 피해보상금으로 1만3000루블(미화 424달러)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당시 김정일은 전용열차로 20여일간 러시아 여행을 했으니 이런 피해를 입은 사람이 한둘이 아니고, 그래서 비슷한 소송이 봇물을 이룰 것이라는 예상이다.

▶김정일이 러시아 법원의 판결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할지 궁금할 수밖에 없다. 북한언론들은 “자본주의로 변한 러시아와 동유럽에서는 반동적이며 썩어빠진 부르주아 문화가 판을 치고 있다”고 주민들을 교육시키고 있다. 김정일이 러시아 법원 판결을 ‘썩어빠진 부르주아 문화’로 볼 것인지, 아니면 정상적인 ‘인민의 나라’로 가는 길이라고 생각할 것인지가 북한의 미래를 가늠하는 한 척도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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