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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조선] 중국 속 남북한 접촉지대 단둥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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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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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주원 고려대 교수 1년6개월 현지조사
“압록강은 폐쇄된 국경이 아니었다”

북한의 신의주가 눈앞에 보이는 국경 지역, 중국 랴오닝성(遼寧省)의 도시 단둥(丹東). 기자가 주변 사람들에게 “단둥으로 출장갈지 모른다”고 말했을 때 가장 많이 들은 얘기는 “위험할 텐데”라는 걱정이었다. 압록강을 사이에 두고 발전해가는 단둥과 정체된 신의주의 모습, 압록강을 헤엄쳐 겨우 탈북하는 사람들, 언론에서 비치는 단둥 지역의 이미지를 떠올린 사람들의 반응이다. 더러는 “거기서 자칫 북한 사람에게 말을 잘못 걸면 잡혀 간다”며 겁을 주는 사람도 있었다.

   
▲ 북한과 중국을 잇는 단둥의 압록강 철교. 철도는 끊겼지만 단둥에서는 북한과 중국, 한국이 삶을 공유하며 살아가고 있다. photo 강주원
2004년 단둥 지역을 연구하기 시작해 2006년부터 약 1년6개월 동안 단둥에서 현지조사를 했던 단둥 지역 전문가 강주원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연구교수는 “북한이 완벽하게 폐쇄된 국가라는 전제부터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지난 10월 7일 서울대 인류학 박사 학위 논문을 쓰며 연구했던 단둥 지역에 대한 보고서 ‘나는 오늘도 국경을 만들고 허문다’를 출간했다. 인류학자로서 직접 현지에 들어가 오랜 시간 현지인처럼 살면서 관찰하고 정리한 사실을 묶었다. 이 책에서 강 교수가 가장 강조하는 사실 하나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북·중 교류는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고 단둥에서 이뤄지는 많은 경제 교류에는 한국·중국·북한 삼국이 고루 얽혀 있다는 것이다. “단둥에 가면 L호텔에 가보세요. 아침 먹으러 식당에 가면 북한 사람들이 죽 앉아 있고, 여기저기서 북한말이 들려요. 2013년 현재 단둥에 나와 있는 무역일꾼 혹은 친척 방문자를 제외하고, 북한 노동자만 1만5000명이 된다고 해요. 따지고 보면 개성공단만큼이나 큰 산업지구예요.”


   
▲ 강주원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연구교수 photo 이경민 영상미디어 기자
 우리는 단둥 지역을 북한의 동태를 파악할 수 있는 국경지대로만 여기는 경향이 강하다. 강주원 교수는 김정일의 사망 당시 단둥에 있었는데 한국의 방송 뉴스를 보면서 고개를 갸우뚱했다고 한다. “방송에서는 ‘북·중 국경이 폐쇄됐다’ ‘북한 사람들은 거동을 삼가고 조의를 표하고 있다’고 했는데 사실 그때가 한겨울이고 신의주는 영하 20도일 때거든요. 지나다니는 사람은 당연히 없죠.” 2010년 3월 26일 천안함 폭침 사태 이후 북한에 대한 한국 기업의 신규 투자를 금지한 5·24조치의 효과 역시 조심스럽게 부정적으로 봤다. “2011년 이후에는 한국 물건이 어떻게 북한으로 흘러들어 갔을까요? 공식적인 통계, 정식으로 이뤄지는 무역 말고도 국경지대에서는 다양한 방법으로 경제활동이 이뤄지죠.”

왜 우리는 단둥 지역을 북한과 중국의 국경지대, 그것도 폐쇄된 국가를 정탐할 수 있는 정치적 공간으로 볼까. 강주원 교수는 “단둥에 사는 사람들은 몇 가지 버전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강 교수의 책을 읽고 단둥 현지 취재에 나서려고 했던 기자가 취재 계획을 접게 된 이유도 이 때문이다. “공식적으로 북한에 대한 5·24조치는 유지되고 있죠. 우리나라 사람과 북한 사람은 자유롭게 소통하지 못해요. 그러니 폐쇄된 북한의 모습을 원하는 사람에게는 그 버전의 얘기를 해주는 거예요. 실제로 이뤄지는 무역 흐름이나 소통 방식은 소위 ‘밥줄’이 걸린 거니까 쉽게 얘기하지 않죠. 하루이틀 단둥에 머문다고 들을 수 있는 얘기는 아녜요.”

   
▲ 단둥에서 ‘중국-서울-평양’ 간 물물교류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photo 강주원
강 교수는 기자에게 사진 한 장을 보여줬다. “책에는 실리지 않은 사진인데, 단둥의 한 택배회사 사진이에요. 왼쪽에 보면 ‘중국-서울-평양’ 삼각형이 그려져 있고 ‘사랑을 전합니다’라고 돼 있죠. 단둥에는 국경이 없어요.” 국경이 없는 자리에서 한국, 중국, 북한을 잇는 하나의 고리는 바로 ‘돈’이다.

단둥에는 크게 네 집단의 사람들이 산다. 북한 사람, 조선족, 한국 사람, 그리고 북한화교. 북한화교란 북한에서 태어난 중국인인데 이들은 대개 중국을 무대로 활동하면서도 북한 국적을 포기하지 않아 국경을 넘나드는 것이 매우 자유롭다. 한국과 북한 사이의 경제 교류에는 대부분 북한화교나 조선족이 중개를 서는 편이다. 남북한이 거래하려면 우리나라 정부 기관이나 북한의 민족경제협력연합회(민경련)를 통해야 한다. 그러나 복잡하고 까다로운 절차를 거치는 것보다 간편한 방법이 있다. 단둥에 산재해 있는 조선족과 북한화교의 무역 회사를 이용하는 일이다. “만약 한국 회사들에 단둥이 매력적인 곳이라면 단둥 그 자체 때문이 아니라 북한 때문입니다.” 강 교수는 단둥에서 벌어지는 ‘진짜 삼국 무역 이야기’를 전했다.

“인천에서 출발하는 단둥페리에는 한국 물건이 잔뜩 실려 있어요. 조선족이나 북한화교가 운영하는 단둥 시내 상점 등에 전시되지요. 이걸 구입하는 사람이 북한 사람이에요. 세금에 걸리지 않는 범위 내에서 보따리 장사꾼들이 사들고 들어가서 북한에서 유통시키지요. 제조업도 마찬가지예요. 한국 기업이 단둥의 조선족, 북한화교가 세운 무역회사에 발주를 넣어요. 일은 북한 사람들이 하죠. 제품이 나오면서 예전에는 ‘메이드 인 DPRK(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라고 달던 것이 이제는 ‘메이드 인 차이나’가 되는 거예요. 북한으로 들어가는 제품도 마찬가지인 게 남북 관계에 따라 ‘메이드 인 코리아’가 ‘메이드 인 차이나’가 될 때도 있죠.”

   
▲ 단둥에서는 세 나라 국기를 모두 내건 상점들을 볼 수 있다. photo 강주원
단둥에서 가장 유명한 북한화교는 단둥에서 가장 큰 식당 중 하나를 운영하는 안동각 사장이다. 안동각 사장은 젊은 시절 북한을 상대로 한 무역 활동을 하면서 돈을 모았다. 젊은 북한화교들이 모델로 삼는 안동각 사장처럼 북한과 중국 국경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북한화교는 삼국 경제 흐름에 중요한 핵이 된다. “단둥에 있는 대북 무역회사 중에 한국인이 사장인 회사가 있어요. 조선족과 북한화교가 직접 북한 사람을 상대하는 곳인데 2009년 한 해에만 등산복 80만벌을 북한에서 만들었어요. 저렴한 노동력 때문에 가격 대비 품질이 좋아서 한국 홈쇼핑과 가게에서 매진이 됐다고 하더군요. 한국 사람들은 이 옷이 북한 노동자가 만든 옷이라는 걸 모르죠.” 이 무역의 대부분은 삼국 간 교류가 아니라 북·중 교류로 집계된다.

북한 사람이 직접 단둥을 방문하는 유형과 이유도 가지각색이다. “한 해에만 10만명이 중국 땅을 밟는다고 하죠. 그런데 이건 아마 비자나 여권 등 공식적인 루트로만 잡힌 통계일 거예요. 상당히 많은 수는 ‘도강증’이라는 걸 발급받아 단둥에 와요.” 1개월에서 3개월까지 국경 반경 수십 킬로미터 내에서 체류할 수 있는 도강증을 받은 북한 사람들은 일일노동을 하거나 직접 가게를 운영하기도 한다. “보통은 6개월, 많으면 1년 가까이 머물기도 하죠. 하지만 이 사람들에게는 탈북 의지가 없어요. 돌아가려고 일하는 거예요.” 이들이 돌아가며 한국산 물건을 잔뜩 사들고 가서 파는 이른바 보따리 장사꾼이 되는 것이다.

한국 사람도 자주 찾는 압록강공원은 북한 사람도 자주 찾는 곳이다. “양꼬치점에 들어가면 북한, 중국, 한국 사람이 각자 생업을 마치고 와서 옆자리에 앉아 술 마시는 풍경이 자연스러워요. 한번은 제가 한국 사람들과 술을 마시고 있는데 알고 지내던 조선족이 북한화교와 함께 자리하고 있더군요. 인사하려고 하자 조선족 사람이 얼른 다가와 ‘바로 옆에 단둥의 조선 사람(북한 사람) 가운데 높은 분이 가족들과 함께 있으니 그들이 떠난 후 보는 게 일없을 것 같다’고 말했어요. 주변을 보니 다른 한국 사람도 알고 지내는 북한 사람에게 눈인사만 하더군요.”

국경이 있되 필요에 따라서 허물고 다시 짓는 곳이 단둥이다. 강주원 교수는 ‘안보관광’ 혹은 ‘통일관광’차 단둥을 찾는 한국 사람들이 할 수 있는 것은 ‘국경 체험’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북한을 제일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건 유람선이죠. 유람선에 탄 한국 사람에게 안내자는 ‘최대한 위험한 행동을 하지 마라’ ‘한국말을 하지 마라’고 으름장을 놓죠. 한국 관광객들의 표정이 굳은 가운데 안내자는 ‘드디어 우리는 국경을 넘었다’며 ‘국경 체험’을 다시 한 번 강조해요.” 그러나 조·중 국경조약에 따르면 압록강은 공동관리구역이다. 교수는 이런 관광 프로그램이 “북·중 국경 넘나들기가 불가능하다고 인식하게 만드는 체험”이라고 표현했다. 특히 2006년부터 중국이 단둥 지역에 철조망을 세우기 시작하면서 국경 나누기가 강화됐다는 생각은 더욱 커졌다. 그러나 강 교수는 “한국 언론에서는 철조망 설치의 목적이 탈북자 방지라고 하지만 사실은 중국 영토의 끝자락을 알리기 위한 목적이 더 크다”고 설명했다. “곳곳에 잠기지도 않은 보통 크기의 문이 설치돼 있어요.”

단둥 안에서는 남북 간 교류가 일상적으로 이뤄진다. “거리를 걷다가 물건을 사다가 자주 마주치는 사람과는 인사를 나누기도 해요. 오히려 한국 식당에는 북한 주민들이 더 많이 간다고 해요. 아예 단둥으로 나올 때 주변 사람들에게 추천을 받아 ‘어느 식당은 남한식 영양돌솥밥이 맛있다더라’, 미리 조사하고 오는 북한 사람도 많이 봤어요.”

일터는 특히 한국·중국·북한 삼국의 협력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곳이다. 북한 사람이 주로 노동력을 제공하고 한국과 중국에서 물품을 소비하는 유형의 회사는 단둥 시내 곳곳에 차려져 있다. 한 예로 어떤 중국 회사에는 북한 노동자만 500명 이상 근무하고 있다. 북한 사람들도 수시로 드나들지만 여기에는 국적이나 이념은 거의 개입되지 않는다. “가장 중요한 것은 경제적 이윤을 창출하는 일이죠. 조심스럽게 말하는 거지만, 필요에 따라 국경을 강화하는 것도 어떻게 보면 경제적 이유 때문일 때가 많아요. 국경체험 관광 프로그램처럼 말이죠.”

강주원 교수는 5·24조치로 더 큰 손실을 본 곳은 한국의 관련 기업이라고 말한다. “단둥에 온 사람들이 하나같이 하는 얘기가 마구 건설되고 있는 고층 빌딩 숲에 대한 거예요. 북·중 간에 단둥의 황금평 개발 계획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는 한국 언론의 보도도 있었지요. 그런데 무역회사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2011년 이후 북한 봉제공장에는 한국 회사의 주문이 줄어든 반면, 중국 공장의 주문이 이어진다고 해요.” 중국이 더는 싼 인건비로 경쟁할 수 없는 상황에서 중국 기업들은 ‘메이드 인 차이나’의 미래가 바로 북한에 있다고 보는 것이다. 강 교수는 5·24조치는 “남북 경협이 공식적이고 지정된 장소와 루트로만 이뤄진다고 생각한 정부 기관에서 놓친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둥의 남북 경제 교류는 끊이지 않는다는 것이 또 강 교수의 말이다. “단둥에서 들었던 얘기가 ‘분단 이후 많은 것이 변해도 전기밥솥 덕분에 남북한 밥맛은 통일됐다’거나 ‘한국 사람의 등산복은 북한 노동자들이 책임졌다’는 것이에요.”

강주원 교수가 이렇게 단둥의 진짜 모습을 이끌어낼 수 있었던 것은 현지조사 방법을 이용해 단둥의 속사정을 아는 사람들과 충분한 ‘라포(신뢰와 친근감이 형성된 관계)’를 쌓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정말 아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죠. 그러다가 학연을 통해 한 사람을 소개받았습니다. 만나는 데만 1주일 넘게 걸렸는데 알고 보니 단둥에서 당시 3~4년간 회사를 운영하며 노하우가 쌓일 대로 쌓인 사업가더군요. 그리고 지도교수였던 김광억 서울대 명예교수가 15년 전에 만나 인연을 맺었던 조선족 사람도 만났습니다.”

강 교수가 단둥에 있을 때나 지금도 단둥을 찾는 한국 사람은 많지만 본격적으로 연구를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단둥 지역을 본격적으로 연구하게 된 건 ‘인류학자의 감’ 때문이라고 해야겠네요. 이렇게 밖에서 보는 것과 안에서 느끼는 것이 다른 사회일 줄은 몰랐죠.” 강 교수 역시 한국 언론에서 자주 보도되는 것처럼 폐쇄된 국경지대라는 사실을 부인하지는 않는다. “북한이 폐쇄돼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북한과 단둥은 그저 건너갈 수 없는 국경지대겠지만,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 북한과의 경제 협력이나 대북 조치를 고려할 때는 반드시 단둥 같은 국경지역의 속살을 알아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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