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국제화 투자설명회 무산시키고
바로 다음날 평양에 해외 경제인들 초청… 경제특구 개발 등 설명회
中 무역박람회 참석 北인사 "외국인 기업에 소득세 혜택"

 
 

지난 15일 개성공단 국제화를 위한 해외 투자설명회를 무산시킨 북한이 외자(外資) 유치를 위해 독자적으로 나서고 있다. 평양에서 투자설명회를 여는가 하면 중국에서 관련 세미나 개최를 추진하는 등 과거와 양상이 다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북한의 현재 행태로는 자본을 끌어들이기가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각 지방마다 경제특구 설치"

북한은 16일 평양에서 경제특구 개발과 관련한 국제 투자 토론회를 열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다른 나라 기업·단체의 북한 내 특구 진출 협력을 위해 '조선경제개발협회'라는 단체가 생겼다"면서, 이 협회가 첫 사업으로 이날 평양 양각도호텔에서 캐나다, 말레이시아 등의 경제 전문가들을 초청해 국제 토론회를 열었다고 보도했다.

리철석 조선경제개발협회 부회장은 이날 토론회에서 "조선은 최근 국가가 정한 법규에 따라 경제활동의 특혜가 보장되는 특수경제지대를 지방마다 내오고(설치하고) 발전시킬 데 대한 새로운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 5월 말 각 시·도에 경제특구를 설치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경제개발구법을 제정한 바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조선경제개발협회의 전화와 팩스 번호, 이메일 주소 등을 이례적으로 공개했다.

북한은 이와 함께 국가경제개발총국을 국가경제개발위원회로 승격시켰다고 했다. 국가경제개발총국은 2011년 북한의 10개년 국가경제개발계획 수행을 위해 설치된 기구다. 조봉현 IBK기업은행 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우리로 치면 한 부처의 실·국급 기구가 장관급 독립 부처로 승격된 것"이라며 "북한이 그만큼 경제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11월에 베이징서 투자유치 세미나

지난 10~14일 랴오닝성 단둥(丹東)에선 '제2회 북·중 무역박람회'가 열렸다. 여기에 참석한 한창성 북한 합영투자위원회 부국장은 14일 반(半)관영 중국신문사와 인터뷰를 갖고 "북한에 투자하는 외국인의 국적에 제한을 두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합영투자위원회는 대북 투자 유치를 담당하는 당 기구로, 김정은의 스위스 유학 생활을 돌봤던 리수용 전 스위스 대사가 위원장을 맡고 있다.

한 부국장은 "외국 기업인의 출입국·거주·이동·통신의 편리를 보장하기 위한 조치를 준비하고 있다"며 "외국인 투자 기업의 소득세는 이윤이 발생한 해부터 3년간 전액 면제되며 그 후 2년간은 50% 감면된다"고 했다.

북한 국가관광총국은 이번 박람회에서 김정은의 중점 사업인 마식령 스키장(강원도 원산)이 "내년 1월 개장한다"고 밝혔다. 합영투자위원회 측은 "아시아와 유럽의 투자자가 원산 관광 개발구를 시찰하고 투자 의사를 밝혔다"고 했다.

또 북한의 신설된 경제지도기구인 '국가경제개발위원회'는 15~16일 베이징에서 경제특구 소개와 투자 유치 등을 위해 남·북·중의 한반도 경제 전문가와 기업인이 참가하는 대규모 세미나를 개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통일부가 우리 측 인사의 대북 접촉을 불허하면서 11월로 연기됐다고 베이징의 대북 소식통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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