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핵 문제 해결을 위해 스위스 제네바에서 15일(현지 시각) 시작된 'P5+1'(유엔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 및 독일)과 이란 간 협상에서 미측 대표로 웬디 셔먼<사진> 국무부 정무차관이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셔먼은 빌 클린턴 행정부 말 미국의 대북 정책을 주도하며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막기 위한 협상에 나섰던 인물이다. 그런 그가 13여년 만에 다시 '불량 국가'와의 협상 전면에 나선 것이다.

클린턴 2기 행정부에서 대북정책조정관, 미·북 미사일 협상 대표 등을 맡았던 셔먼은 당시 대표적인 대북 유화파로 분류됐다. 셔먼은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과 함께 평양을 방문하는 등 미·북 관계 정상화에 앞장섰고, 클린턴 대통령의 북한 방문까지 추진했었다.

셔먼이 활동하던 당시는 역사상 미·북 관계가 가장 좋았던 시기였지만, 이후 북한이 이 기간에도 뒤에서 핵·미사일 개발을 계속해왔던 것이 드러났다. 이 때문에 셔먼은 퇴임 후 보수파들로부터 '최악의 유화정책으로 미국을 웃음거리로 만든 인물'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포린폴리시(FP)는 "셔먼은 결과적으로 북한에 당했던 경험이 있어 이란과의 협상에서 결코 호락호락하게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셔먼은 이날 협상에서 "이란이 핵무기 개발을 하지 않겠다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행동 계획을 내놓고 이를 검증 가능한 방법으로 감시할 수 있도록 약속하지 않으면 추가적인 경제제재를 하겠다"며 이란을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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