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기업 투자설명회 미뤄지며 국제화 추진 일정 차질
"바이어 이탈로 실제 공장 가동률은 낮은 수준" 주장도

한 개성공단 입주기업 공장에서 북측 근로자들이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2013.09.17/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한 개성공단 입주기업 공장에서 북측 근로자들이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2013.09.17/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지난 4월 북측의 일방적인 조치로 인해 가동 중단됐던 개성공단이 지난달 16일 재가동을 시작한지 16일로 한달을 맞이했다.

남북은 지난 8월 14일 개성공단 실무회담에서의 극적인 정상화 합의 이후 개성공단 남북공동위원회를 꾸려 향후 개성공단 운영에 관한 당국간의 협의를 진행해왔으나 최근 외국 기업들을 상대로 예정됐던 투자설명회가 연기되는 등 협의는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지 못한 실정이다.

특히 개성공단의 '발전적 정상화'에 있어 우리 정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했던 3통(통행·통신·통관) 관련 협의와 국제화 추진 일정이 어긋나면서 '완전한' 재가동까진 아직 가시밭길이 남은 상태다.

북한은 지난달 26일로 예정됐던 3통 분과위 회의를 구체적인 이유 없이 연기 통보한 뒤 이와 관련한 일정을 제시해오지 않고 있다.

우리 정부는 북측에 3통 회의 재개와 관련한 문의를 몇차례 전달했으나 북측은 이렇다 할 호응을 보이지 않았고 이에 정부는 오는 31일로 예정됐던 투자설명회를 "3통 문제가 먼저 논의될 필요가 있다"며 연기할 것을 북측에 통보했다.

외국 기업들의 투자 유치를 위해 정부가 '유인책'으로 준비했던 이전보다 자유로운 출입경, 공단 내 인터넷 및 이동전화 사용 등이 최종 합의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투자설명회의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달 21일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 행사의 일방적인 연기를 통보한 이후 강도 높은 대남비방을 이어감으로써 한동안 활기를 보였던 남북 대화국면은 일시에 소강상태로 접어든 상황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러한 상황이 연말까지 이어질 경우 남북이 합의했던 '발전적 정상화'와 관련된 구체안의 연내 합의는 물론 개성공단 가동 자체가 알맹이 없는 빈껍데기처럼 실효성 없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이러한 우려를 제기하는 이들은 3통 문제 및 국제화 추진이 느려질 경우 신규 외국 기업의 유치가 어려워질 뿐 아니라 기존 입주기업들의 영업활동에도 지장을 초래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지난 4개월여간의 중단 사태로 인해 개성공단 입주기업들과 거래하던 대부분의 외부 바이어들이 개성공단을 떠난 상황에서 남북관계의 경색 국면이 이어져 공단이 가동 중단 전과 크게 다름 없는 상태로 장기화된다면 이들이 다시 공단 내 입주기업들과 거래를 트려고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부는 개성공단의 현재 재가동률이 80% 이상으로 유지되고 있다고 밝히고 있지만 실제 입주기업들은 "바이어와의 거래 중단으로 인해 영업활동을 하지 않고 '출근'만 하는 경우 재가동으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차원에서 개성공단의 실질적 재가동률은 30~40% 수준에 그치고 있으며 일부 기업들이 철수마저 고려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을 반영하듯 가동중단 이전에는 5만3000여명이 근무했던 북측 근로자들 역시 아직 4만여명 수준에서 더 늘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협보험금의 반납을 둘러싼 입주기업들과 정부와의 '불협화음'도 완전한 재가동에 있어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남아있다.

가동중단 사태 장기화로 경협보험금을 수령한 59개 입주기업들은 보험금을 수령하며 정부에 넘겼던 공장설비 등에 대한 권리를 찾기 위해서는 보험금 전액을 반납해야 한다.

그러나 이들 기업들 대부분이 실제 공장 운영을 포기하려 했던 것이 아니라 급한 사업자금을 대기 위해 보험금을 수령한 측면이 있어 당장 수령금 전액을 반납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입주기업들은 정부에 반납 기한 연장 및 일반대출로의 전환을 요구했지만 정부는 "원칙대로 해야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입주기업들은 사업 운영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차원을 넘어 불만의 목소리를 크게 내놓고 있다.

정부는 앞서 개성공단의 3통 문제와 관련, "대부분 기술적인 문제만 남았고 남북 양측의 쟁점은 없다"며 "우리측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기 때문에 북측에서 의견을 제기할 만한 사안도 아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이는 3통에 있어 전자출입체계(RFID)와 인터넷, 이동전화 등을 위한 설비 구축은 사실상 우리 정부의 몫으로 이를 위한 협의 외에 정치적 쟁점은 없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그러나 개성공단 가동중단 사태 당시 우리 정부가 공개적으로 밝힌 3통 및 국제화에 대해 불편한 시각을 표출했던 북한이 의도적으로 이와 관련한 협의 자체를 미루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어 정부가 향후 조속한 협의 재개를 위해 어떤 대응을 할지가 주목된다.

이와 관련 조명철 새누리당 의원은 전날 진행된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북한이 개성공단 중단에 대한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하고 3통 문제를 조속히 해결한다는 전제하에 개성공단 재가동에 합의했는데 개성공단 재가동 이후 북한의 태도가 돌변했다"며 "이는 북한의 목적이 개성공단 재가동에 있었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으로 북한의 이런 의도된 행위에 이용당한 것이 아닌지 돌아봐야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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