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는 역사적으로 실패했지만 가치는 살아있어
동조자 적지 않아 우파의 적응과 변신 이뤄지기도
한국 左派는 '종북'에 끌려다녀 대한민국의 생명을 위협할 정도
'癌 제거'엔 여·야도 좌·우도 없어

류석춘 연세대 교수·사회학
류석춘 연세대 교수·사회학

서양 철학사에서 좌파는 자연적이고 인본주의적인 전통을 근대적인 사회공학적 질서로 대체할 수 있다는 믿음에서 출발한 이데올로기라고 평가된다. 그들은 다음의 세 가지 가치를 따라 인간 사회를 개조하여 지상에 낙원을 건설할 수 있다고 믿었다.

첫째는, 보편적 인권 추구이다. 이들은 재산을 가진 사람들의 특권에 대항해 재산을 가지지 못한 사람들의 권리를 보장해 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를 좌파가 강조하는 까닭이다.

둘째는, 전통적인 인습의 타파다. 이들은 신분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가족을 포함한 모든 전통과 인습을 타파한 자리에 평등한 사람들이 합리적인 계획을 세워 경제를 포함한 국가제도를 운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좌파는 시장보다는 정부의 개입 혹은 계획에 따른 생산과 분배를 중시한다.

셋째는, 국제적 협력 혹은 국제주의다. 이들은 한 국가 혹은 한 민족 단위를 넘어 국제사회의 협력을 통해서만 자신들의 가치가 실현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공산당 선언의 마지막 구절이 "전 세계의 노동자여, 단결하라"가 된 까닭이기도 하다.

이와 같은 좌파의 가치는 소련과 동구가 무너지고 중국이 시장경제를 도입하면서 과거에 비해 그 영향력이 매우 축소되었다. 1917년 볼셰비키 혁명 이후 약 100년에 걸친 좌파 이념의 실험이 결국에는 참담한 실패로 귀결되었다는 사실을 좌파 스스로도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날에도 여전히 좌파의 이념과 주장 그리고 가치에 동조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합리적인 인간의 이성에 의해 사회를 개조하고, 정치를 발전시키고, 경제를 향상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파는 좌파의 실패를 마냥 즐길 수만 없다. 좌파가 추구한 가치가 나름의 설득력이 있기에, 우파의 적응과 변신이 이루어지기도 했다. 그 결과 보편적 인권이라는 가치는 이제 오히려 우파가 더욱 적극적으로 실천하고 있다. 또한 가족 가치를 포기하지는 않았지만, 우파도 신분이나 세습에 의한 질서보다는 자유와 평등이라는 가치를 중심으로 질서를 만들어가고 있다. 나아가서, 우파가 강조하는 전 지구화(globalization)는 좌파 국제주의가 진화된 모습이기도 하다.

이런 맥락에서 좌파와 우파는 서로 갈등하기도 하지만 보완적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 둘 다 필요하다. 물론 대한민국이라고 해서 예외일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유럽과 같이 진화된 좌파가 우리 사회에 필요하다는 주장에 아마도 국민 대다수가 동의할 것으로 생각된다. 문제는 우리 사회 좌파의 현실이다. 왜 대한민국 좌파는 유럽 좌파와 달리 폭력혁명을 꿈꾸는'종북'에 끌려 다니고 있는가. 북한을 추종하는 세력이 추구하는 가치는 앞서 살펴본 좌파의 근본 가치와 정면으로 배치된다.

좌파가 보편적 인권을 강조한다면, 탈북자는 물론이고 굶주리고 있는 북한 주민의 인권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또한 좌파의 가치가 구습을 타파하는 것이라면, 북한의 삼대에 걸친 권력 세습을 비판해야 마땅하다. 애송이 지도자 김정은을 두고 '최고 존엄'이라고 부르는 현실을 부끄러워해야 한다. 나아가서 좌파가 국제주의를 존중한다면, 중국을 포함한 국제사회가 모두 우려하고 있는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저지시켜야 하지 않겠는가.

우리 사회의 '종북' 세력은 우파의 가치에서는 물론이고 좌파의 가치에서도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석기를 중심으로 한 '내란' 예비와 모의에서 드러난 행태가 생생한 증거다. 이들은 대한민국, 나아가 건강한 좌파 세력에 기생하는 암 덩어리일 뿐이다. 이들을 제거하지 않는 한 대한민국의 우파는 물론이고 좌파 또한 생명의 위협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최전방에서 '종북'과 싸우는 국정원의 기능이 필요하다. 국정원이 없다면 암세포를 조기에 발견할 방법이 없다. 나아가서 대한민국의 암을 근본적으로 제거하는 제도적인 노력도 절실하다.

정당의 활동이 헌법에 배치된다면, 그러한 정당은 해산시킬 수 있어야 한다. 또한 법원이 반국가·이적단체로 판결한 단체도 해산시켜야 한다. 그러한 단체의 구성원도 법적이고 제도적인 제재를 받아야 마땅하다. 만약 기존의 실정법이 이를 뒷받침하지 못한다면 법을 고치고 또한 새로 만들어서라도 이들을 공적 영역에서 제거해야 한다. 암을 제거하기 위한 노력에는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고, 좌우가 따로 있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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