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협의도 '소강상태'...31일 외국기업 투자설명회 성공 여부 주목
정부 "이산가족 관련 추가 제의 계획 없어"...양측 감정적 대립 길어질 듯

최근 북한의 이산가족 상봉 행사 무기한 연기 이후 남북대화 국면이 급속히 위축된 가운데 북한의 연이은 대남비방까지 이어지면서 남북관계 경색국면이 장기화할 것으로 7일 전망된다.

북한은 지난달 21일 이산상봉의 일방 연기 이후 우리 군의 훈련과 언론 보도 등에 대해 매일같이 비난전을 벌이다 급기야 지난 4일엔 국방위원회 대변인 성명을 통해 석달 만에 박근혜 대통령의 실명을 언급하며 비방의 수위를 높였다.

북한은 이어 5일에도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대변인 담화를 통해 박 대통령의 실명을 언급한데 이어 이날에도 제45차 한미안보협의회(SCM)의 결과를 비난하며 박 대통령의 실명을 언급하는 등 연일 강도높은 비난을 가하고 있다.

우리 정부 역시 지난 4일 즉각 "초보적인 예의도 지키지 않는 비이성적 처사"라며 북한의 태도를 강하게 비판한데 이어 이날도 "북한은 우리 국가 원수와 정부에 대한 비난과 비방 중상을 즉각 중단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하며 맞대응했다.

이같은 남북의 비난전 와중에 우리측 시민단체들도 최근 불거진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부인 리설주의 추문과 관련된 내용이 담긴 대북 전단을 휴전선 인근에서 북측에 날려보내는 등 남북 양측의 감정적 대립이 고조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지난 8월 14일 정상화 합의 이후 밀도있게 진행되던 개성공단의 '발전적 정상화' 구체안 합의를 위한 남북공동위원회 회의 역시 소강상태로 접어들면서 남북 대화국면은 더욱 냉각기에 접어든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우리 정부가 중점적으로 요구했던 통행·통신·통관 등 3통과 관련, 최근 남북 관계를 고려해 '속도조절'에 나서며 시간끌기를 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특히 오는 31일 국내 외국 기업들을 상대로 진행하는 개성공단 투자설명회를 앞두고 북측이 우리측을 압박하기 위해 일부러 합의 시점을 늦추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와 관련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북한이 새로운 문제를 만드는 것 보다는 일단 재가동한 공장이 자리잡는 것에 주력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하며 이러한 분석에 일단 선을 그었다.

이 당국자는 "우선 입주기업들의 운영 안정 등의 조속한 정상화에 주력하자는 상호간의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보여진다"며 "북측이 임금인상 등 다소 민감한 문제를 아직까지 전혀 제기하지 않고 있는 것이 한 증거"라고 덧붙였다.

또 3통 문제 등과 관련해서도 "대부분 기술적으로 해결할 문제들이 남아있기 때문에 쟁점은 없다"며 "장비 설치 등의 문제는 아무래도 우리측이 다룰 문제이기 때문에 북측이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거나 우리와 이야기를 나눌 것이 많지는 않다"고 말해 양측이 기술적 부분외에 다른 쟁점을 놓고 맞서지는 않고 있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양측이 지난달 16일 제3차 개성공단 공동위 회의 이후 약 3주째 4차 공동위 회의는 물론 3통 분과위 회의의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어 오는 31일 투자설명회가 원활하게 개최될지 여부에 대해 의구심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양측은 또 무기한 연기된 이산가족 상봉 행사와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남북 실무회담 개최에 대해서도 논의를 재개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북측은 연일 이어지는 대남 비방 속에서 이산상봉 및 금강산 회담 연기의 책임을 우리측에 돌리고 있다.

우리 정부는 북한의 일방적 행동을 지적하면서도 상봉 재개 등을 위한 선제의를 할 의사는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의도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지금 남북관계가 그렇게 좋은 관계가 아니기 때문에 지금 상황에서 추가적으로 정부가 북한에 대한 어떤 조치를 할 계획은 당분간 없다"고 밝혔다.

양측은 당초 9월 상봉에 이어 11월에 추가 상봉, 그 사이 화상상봉을 개최하기로 합의했으나 관련 논의가 완전 정지되며 연내 이산상봉이 재개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까운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양측의 경색국면에 대해 비단 남북관계뿐 아니라 최근 국제사회에서 6자회담의 재개를 포함한 관련국과의 대화를 주장해 온 북한의 목소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에서도 그 원인을 찾고 있다.

북한이 남북관계 개선에 나서는 배경에는 북미대화를 우선으로 하는 국제사회와의 관계 개선 및 입지확보에도 목적이 있기 때문에 국제관계에서 원하던 수준의 목표를 이루지 못하고 있는 북한이 한동안 남북 경색국면을 조금 더 끌고 가며 상황을 살피려는 의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미대화나 6자회담과 관련한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으면 남북관계의 소강상태는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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