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경제의 특징 중 하나는 '외화벌이 회사(foreign currency earning)'가 많다는 것이다. 자립 정신 기치 아래(under the banner of the spirit of self-reliance) 기관·조직들에 자체적인 무역회사 설립 허가가 주어진(be given permission to establish their own foreign trade company) 결과다. 1990년대 후반 급속히 늘어나 현재는 200~250개 정도로 추정된다(be estimated at around 200~250).

노동당, 군부, 인민보안부 등은 각각 외화벌이 회사를 여러 개 두고 있다. 산하 조직들이 별도로 운영하는 것도 있다. 예를 들어 인민무력부 산하 정찰국은 비로봉무역회사, 도로국은 은하수무역회사, 공군과 해군은 또 별도의 무역회사를 갖고 있는 식이다. 이들이 모(母)기관에서 필요로 하는 외화를 조달한다(provide parent agencies with foreign currency).

문제는 정부 기관들은 돈도 없고 생산활동도 하지 못한다는 것. 그래서 외화벌이 회사들에 담당 지역의 천연·광물 자원을 수확·채취할 수 있는(harvest or collect natural or mineral resources) 자격을 준다. 가령 어느 외화벌이 회사엔 마른오징어 수출 권한(the right to export dried squid), 다른 회사엔 송이버섯을 거래(deal in pine mushrooms)할 수 있게 해준다. 이처럼 특정 종류의 상품에 대한 수출 허가·쿼터가 각각 주어지는(be issued an export license or quota for a particular kind of merchandise) 이것을 '와쿠'라고 한다.



그런데 오징어 '와쿠'를 가진 회사는 오징어를 확보하지 못하고 '와쿠'가 없는 회사에선 많이 잡았을 경우, 이들 사이에 거래가 이뤄진다. '와쿠'를 주고받으며 커미션이 오간다. 이것이 간부들의 배를 불리는(line their own pockets) 부정부패의 온상이 되고(become the breeding ground of corruption) 있다.

'돈주'라는 것도 있다. 북한의 초기 유산계급(its nascent bourgeoisie) '전주(錢主)'인 이들이 생산자들로부터 수출용 농수산품을 사들인다. 생산부터 운송까지 도맡아 하기도 하고, 중국 내 수출 커넥션도 관리한다. 이들은 '와쿠'와 신변 보호를 받는 대신 기관이나 외화벌이 회사에 사전 책정된 돈을 납부한다. 뇌물도 바쳐야(pay kickbacks to them) 한다.

중국 주재 외화벌이꾼들에겐 달러화(貨)로 표시된 연간 의무(an annual obligation denominated in US dollars)가 할당되지만 그 금액만 송금하면 나머지 돈은 가질 수 있다. 이 때문에 값을 부풀리거나 낮춘 계약(a contract of inflated or deflated price)을 작성하거나 납품 수량을 허위 보고하는 수법으로 돈을 빼돌리는(siphon off money) 경우가 많다.

그렇게 해서 이들은 또 다른 '돈주'가 되고, 더 많은 뒷거래와 부정부패로 이어지고(lead to other backdoor deals and corruptions) 있다. 외화벌이에 혈안이 된 북한 경제는 이렇게 '와쿠'와 '돈주'에 의해 밑동부터 썩어가고 있다.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