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는 2일 서울에서 두 나라 국방장관과 군 수뇌들이 참석하는 연례안보협의회(SCM)를 열어 2015년 12월로 예정된 전시(戰時)작전권 전환 문제를 논의한다. 척 헤이글 미국 국방장관은 30일 기자간담회에서 한국군이 전작권을 넘겨받기 위해 갖춰야 할 역량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가장 중요한 것은 미사일 방어(MD)"라고 말했다.

미국은 10년 넘게 한국에 미국 주도의 MD에 참여할 것을 요구해 왔다. 그러나 한국은 미국의 MD 체제에 참여할 경우 천문학적 비용이 소요되는 데 비해 한국에 돌아올 실익(實益)이 적다고 판단했다. 한국의 MD 참여는 중국의 반발을 부를 것이고 그렇게 되면 핵 문제를 비롯한 북한 변수(變數)가 안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동북아 정세를 더 불안정하게 만들 우려가 있다는 전략적 판단이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이기 어렵게 했다.

전작권 문제에선 MD와는 정반대로 미국은 빠져나가려 하고 한국은 이런 미국을 붙들어두려 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2012년 4월까지 전작권을 한국군이 넘겨받기로 한 노무현 정부 시절의 한·미 합의에 맞춰 전작권 전환 대비를 마치기에는 시기적으로 너무 촉박하다는 각계의 우려를 받아들여 그 시기를 2015년 말로 연기했다. 박근혜 정부는 미측에 전작권 전환 시기를 한 번 더 연기하자고 제안했지만 미국 국방부는 2015년 말에 전작권을 한국에 넘기겠다는 입장이다.

헤이글 장관이 전작권 전환 결정의 주요 기준으로 MD를 꼽은 것은 미국이 전작권 전환 시기 문제에서 양보할 테니 한국은 미국의 MD에 참여하라는 뜻으로 비친다. 그러나 이 두 사안은 연계할 수 없는 문제다. 한국이 MD 불참 방침을 바꾸지 않는다고 해서 미국이 한국의 안보 역량과 관계없이 무조건 전작권을 넘기겠다고 나선다면 그것은 미국의 대(對)한반도 방위 공약 포기나 매한가지다. 한국이 전작권 전환 시기를 재차 연기하자고 제안한 것은 북이 과거와는 차원이 다른 핵·미사일 능력을 보유하는 등 안보 환경에서 근본적 변화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미국 정부·의회 일부에서 한국의 전작권 재연기 주장을 한국이 자신의 국방을 책임지기 꺼리는 것으로 보고 실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작권 협의가 이렇게 한·미 동맹 전반에 대한 불신·불만으로 번지는 것은 두 나라 모두를 위해 바람직스럽지 않다. 전작권 문제는 한국군이 유사시 주도적으로 전작권을 행사할 대비를 갖추고 있는가를 중심으로 협의가 진행돼야 한다. 한국군이 전작권을 넘겨받기로 돼 있는 2015년 12월까지는 2년 2개월밖에 남지 않았다. 전작권 전환 결정이 불투명해져서 안보의 불확실성을 키워선 안 된다. 한·미는 어제로 60주년을 맞은 한·미 동맹의 근본정신으로 되돌아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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