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에는 약 3000개의 언어가 존재하는데 하나의 언어만을 사용하는 나라는 극히 드물다고 합니다. 우리 민족이 하나의 언어를 사용하는 것은 동질성 회복의 유리한 조건입니다. 그러나 분단 이후 남한의 외래어 유입과 북한의 '말다듬기 운동'으로 남북한 언어의 격차는 커져가고 있습니다.

남북한 언어정책의 차이는 한마디로 남한은 말의 자율적인 흐름(관용)에 따라 변화해 왔고, 북한은 인위적으로 말을 규범화시켜 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남한에서는 1933년 '한글 맞춤법 통일안' 이후 55년 동안의 말의 변화를 검토하여 이미 변해버린 어휘나 발음 등을 정리하여 1988년에 '개정한 한글맞춤법·표준발음법'을 고시했습니다.

남한의 언어는 외래어를 많이 수용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이는 문화공동체 속에 사는 오늘날 지구촌의 일원으로서 언어를 풍부히 한다는 이점이 있으나 외래어 범람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것은 그 정리사업이 미쳐 뒤따르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북한의 언어정책은 획일적이고 혁명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북한에서는 정책을 먼저 수립해 놓고 국민이 따라 오도록 하는 방법을 쓰고 있습니다.

북한에서는 1933년의 '통일안'을 해방 이후까지 사용해 오다가 1949년에 한자 폐지를 하고 한글 전용정책을 실시합니다. 한자 폐지의 동기는 문맹퇴치와 함께 사회주의 교양을 빨리 주입시키려는 시도로 볼 수 있습니다.

1954년 '조선어철자법'의 제정으로 본격화된 언어정책은 1966년에는 '조선말 규범집'에서 남한의 표준어와 구별되는 '문화어'를 만들어냈습니다. '문화어'라는 말은 표준어라는 말을 쓰면 남한의 서울말로 오해하기 쉽다는 이유로 만들어낸 용어입니다.

'문화어'는 평양말을 중심으로 하되 김일성이 사용하던 방언들을 격상시켜 다듬은 말입니다. 사회주의를 건설하고 있는 혁명의 수도인 평양을 중심지로 하고 평양말을 기준으로 하여 언어의 민족적 특성을 보존하고 발전시켜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후 '말다듬기 운동'으로 한자말이나 외래어를 고유어로 바꾸고, 방언을 골라 격상시키고, 지명이나 이름도 고유어로 다듬는 작업을 계속해 왔습니다.

분단 이후 50여년간 서로 변화해온 남북한 언어는 기본문법구조에는 큰 차이가 없으나 어휘론(단어의 형태가 다른 말), 의미론(단어 형태는 같으나, 뜻이 달라진 말), 화용론(모든 것을 김일성의 '크낙한 은덕'으로 돌리는 어법), 화술론(방송이나 낭독할 때의 선동적, 호소적 억양)에 심각한 격차를 보이게 되었습니다.

※언어관에 관한 김일성의 교시

(북한 언어정책의 기본원칙이 되어 현재까지 시행되고 있다.)

1964. 1. 3 「조선어를 발전시키기 위한 몇 가지 문제」
- 이 교시에서 김일성은 다음의 3가지 이유로 문자개혁을 반대했다. ▲민족문제와 언어를 말하면서 "언어가 다르면 민족도 다르다"는 것을 강조하였으며, ▲과학과 문자발전에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음을 강조하고, ▲문자발전의 국제적 영향을 고려해야만 한다고 강조하였다.

1966. 5.14 「조선어의 민족적 특성을 옳게 살려나갈데 대하여」
- 한자어와 외래어를 고유어로 고쳐 발전시키자는 것을 요지로 하고 있다. 서울 중심의 표준말보다 평양 중심의 문화어를 써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방언에서 좋은 말을 찾아서 문화어로 승격시켜 사용할 것을 제안하였다. 이 문헌에서 처음으로 '문화어'라는 용어를 쓰기 시작했다.




참고자료:「남북한 언어 비교」,홍연숙(한양대학교 언어학 교수),19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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