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의 언어이질화는 북한이 1966년 5월 14일 김일성 교시에 따라 평양말을 중심으로 함경도 사투리를 가미한 '문화어'를 새로 제정하고 우리의 표준어와 다른 의미 구조와 어휘 발달을 도모한 것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입니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언어란 의사소통의 수단이며 사고의 바탕이고 한 사람의 인품을 가늠하는 척도로 보지만 북한에서는 언어가 공산혁명과 주민동원의 수단이며 통치의 도구라고 간주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남북한의 언어이질화는 결국 기본적인 언어관 자체가 다르다는 점에서 출발한다고 하겠습니다.

뿐만 아니라 언어정책의 차이도 남북한 언어이질화를 심화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해 왔습니다. 1960년대 북한의 언어정책은 한자의 전면적 폐지, 한글 전용, 우리말 다듬기 운동의 전반적 전개 등 당국의 주도 하에 의도적으로 주민들의 언어생활을 바꾸어 나갔던 것이 그 특징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특히 북한의 신문들은 우리말 다듬기 운동을 북한 전역에 확산시키는 통로의 역할을 했습니다. 한편, 우리 남한 사회에서는 외래어를 받아들이기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언어 생활의 차이는 현재 남북한 주민들의 행동양식과 의식구조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게 된 것입니다.

때문에 남북한의 언어이질화 극복 방안을 마련하는 것은 매우 시급한 과제라 하겠습니다. 남북한 언어이질화 극복 방안은 다음과 같은 점에 기초하여 마련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무엇보다 이제는 서로의 원활한 언어소통을 위해서라도, 남북한 학자들의 공동연구시행과 통일에 앞선 확정된 한글통일안의 수립이 시급하며 말글운동의 방법론적 전환이 필요한 때인 것 같습니다.

또한 북한은 말다듬기를 한다고 해서 말을 너무 괴벽스럽게 다듬는 것은 하지 말아야겠고, 남한의 경우는 외래어의 무분별한 사용을 자제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이질성이 남과 북의 교류와 협력으로 해소되어 가면 오히려 언어 생활의 다양화와 풍부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남북 언어 동질성 회복 방안

1. 남북한이 국교를 정상화하여 남북한 사람이 자유롭게 왕래하게 하여, 서로의 사회·문화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2. 남북한 사람이 라디오 청취와 텔레비전 시청, 신문·잡지·문학 작품을 자유로이 구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3. 남한과 북한의 국어학자가 공동으로 연구할 수 있는 기구를 설립하여 어휘순화, 표준어 사정·표준 발음법·문법·맞춤법·띄어쓰기·외래어 표기법·컴퓨터 자판 통일 등에 관해 협의해야 한다.

4. 남한에서는 외래어와 외국어 남용을 자제하고, 북한에서는 관용화된 어휘를 순화하는 작업을 중단해야 한다.

5. 북한은 언어관을 바꾸어야 한다. 북한은 언어를 공산주의 혁명의 도구로 간주해서는 안 되고, 의사소통의 도구로 간주해야 한다.
(참고자료: '남북 언어의 동질성 회복 방안', 이주행, 1996.)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