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이 되어 우리 민족이 평화롭게 살기 위해서는 남과 북이 서로에 대해 잘 알고 이해하는 것이 꼭 필요합니다. 우리는 서로 너무 오랫동안 떨어져서 살았고 교류가 없었기 때문에 남북한 사람들 사이에는 오해도 많고, 편견도 많습니다.

여러분이 지금 이렇게 북한의 친구들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알아나가려고 하는 것처럼, 북한의 어린이들도 남한 사회와 여러분의 생활에 대해서 알아 나간다면 서로를 좀 더 이해할 수 있겠지요. 이것은 결국 먼 훗날 남과 북이 다 함께 평화롭게 잘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자, 그러면 북한 어린이들은 남한 사회나 남한 사람들에 대해서 어떻게 배우고 있을까요?

북한에서는 남한사회에 대한 지식은 주로 지리과목과 어린이 대상 잡지 등을 통해서 습득합니다. 우리의 경우는 지리와 윤리 교과서를 통해 북한에 대해 배우게 됩니다. 우리가 배우는 지리 교과서에는 주로 북부지방의 지형, 산업, 기후 등 자연과 산업 환경에 대한 내용이 실려 있습니다. 윤리 교과서에는 북한의 정치와 주민생활을 비롯하여 양국간의 사회?문화적 차이점에 대해 좀 더 폭넓게 배우게 됩니다.

그런데 북한의 교과서 내용을 잘 살펴보면 현재 남한의 사회가 매우 문제가 많은 것처럼 소개되어 있습니다. 1998년에 출판된 북한의 중학교 3학년 지리 교과서에는 서울이 다음과 같이 묘사되어 있습니다.

『서울은 미제 침략자들과 남조선 괴뢰도당의 파쑈통치기구가 집결되어 있는 활동 소굴이며 식민지 통치의 아성으로 되고 있다....서울거리는 공장 굴뚝에서 나오는 연기와 가스, 자동차들에서 뿜어 나오는 배기가스 그리고 여러 공장들에서 나오는 악취 풍기는 썩은 물 등이 시내 공기와 뒤섞여 숨쉬기가 가쁘고 하얀 옷가지들은 인차 까맣게 변한다고 한다.』

북한의 교과서는 위에서 든 예처럼 남한의 현실을 왜곡되게 전달하여 자본주의란 사회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노동자 계층은 가난하고 돈을 가진 자본가는 잘 사는 것이 표본적인 모습임을 보여주려 하고 있습니다. 또 교과서뿐만 아니라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잡지나 북한의 당기관지인 노동신문 역시 남한의 실정을 잘못 이해하게 만드는 기사를 많이 싣고 있습니다.

학교에서 이렇게 가르치고 있기 때문에 북한의 많은 어린이들은 남한사회가 교과서나 잡지에서 묘사한 것 그대로 믿었었다고 합니다. 북한에서 온 어린이에 따르면 소학교 3?4학년 교과서에는 남한의 어린이들이 월사금(등록금)이 없어 학교를 못가고 있으며, 월사금을 벌기위해 미군들의 구두닦이를 하고, 그 속에서 갖은 박해를 당하는 내용이 만화로 실려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북한의 어린이들은 남한 어린이에 대해 연민의 정을 갖고, 북한 학생들처럼 김일성, 김정일 품속에서 자유롭게 배울 수 있게 만들어야 하며 어른이 되면, 남한을 통일 하고 한반도를 사회주의화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런 상황도 많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물론 학교에서 배우는 내용이나 신문기사가 달라질 수는 없겠지만 다양한 곳을 통해 들어오는 남한에 대한 소식은 막기 어렵기 때문이지요.

1990년대 이후 북한경제가 극도로 어려워지고 중국과 북한을 오가는 주민들이 갑자기 늘면서 과거와는 달리 남한사회에 대한 정보가 그리 어렵지 않게 북한으로 흘러들어가게 되었습니다. 또 이산가족 상봉, 금강산 관광 등으로 북한 땅을 밟는 남한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일부지역에서는 중국을 통한 TV시청을 통해 북한사람들도 남한사회에 대해 점차 많은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북한의 어린이들은 여러 경로를 통하여 남한에 대해서 조금씩 알아가고 있으며 그들이 받는 교육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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