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학습은 평소에 교실에서 배우는 이론 중심의 교육에서 벗어나 사회 전체를 배움터로 하여 여행이나 캠프, 동∙ 식물원 등 다양한 장소를 직접 보고 체험하는 산 교육이다. 현장 학습을 통해 좀 더 풍부한 경험을 할 수 있어 중요한 학습과정의 하나로 여겨지고 있다.

북한 어린이들 역시 현장학습을 한다. 북한의 현장 학습은 크게 ‘생산 현장 실습’;과 ‘정치 사상 교양 실습’으로 나누어진다. 책에서 배운 것을 눈으로 확인하고 체험하기 위해 공장이나 협동 농장 등을 방문하는 ‘생산 현장 실습’은 소학교(우리의 초등학교에 해당 -4년제) 3학년 때부터 시작한다. 어린이들이라 하더라도 단순히 구경에 그치지 않고 노동에 직접 참여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 체험 학습의 목적은 학교에서 배운 것을 실생활에 어떻게 응용할수 있고, 노동이 얼마나 가치 있는 것인가를 깨닫도록 하는 것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다녀간 장소는 어린이들의 견학 장소로 많이 이용된다.

‘정치 사상 교양 실습’은 ‘김일성∙ 김정일 어린 시절 연구실’, ‘혁명 사적지’, ‘혁명 전적지’ 등을 찾아 직접 현장을 밟아 보면서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대한 충성심을 되새기고 강인한 위지와 튼튼한 체력을 키우도록 하는 체험 학습이다. 각지에 조성해 놓은 ‘혁명 전적지’또는 ‘혁명 사적지’는 김일성∙ 김정일 부자의 어린 시절은 과장하여 이야기하고 김일성 일가의 사람들이 대대로 항일투쟁운동 등 역사적으로 중요한 혁명 업적을 쌓았다고 선전하는 곳이다. 북한에서는 연중 이런 형태의 현장 학습이 많이 이루어지며 주관 조직과 대상, 시기와 경로에 따라 그 종류도 여러 가지가 있다. 그중에서 어린이, 청소년∙ 학생들이 참여하는 것으로는 ‘배움의 천리길, ‘광복의 천리길’ 답사행군이 유명하다

‘배움의 천리길’이란 김일성이 2세 때인 1923년 3월 “조국을 알아야 한다”는 아버지의 뜻을 따라 당시 살고 있던 만주 팔도구(八道溝)에서 고향인 평양 만경대까지 걸었다고 주장하는 노정으로, 그 거리가 1000리에 이른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광복의 천리길’은 그로부터 2년 뒤 김일성이 만경대에서 다시 팔도구로 되돌아 간 같은 노정을 일컫는 것이다.

북한은 김정일 위원장의 지시로 1974년 3월 ‘배움의 천리길’, 이듬해는 ‘광복의 천리길’을 체험 학습 코스로 지정하여 해마다 행사를 벌이고 있다.

약 1만여명이 참가하는 ‘광복의 천리길’ 답사행군의 경우 신문∙방송 등 선전매체가 연일 이들의 행로를 추적하며 보도할 정도로 범국가적 행사로 치러진다. 여기에는 각 지역 중학교(중∙ 고교 통합과정-6년제) 5~6학년 (우리 나라 고등학교 2~3학년)에서 2명 정도가 참여할 수 있다. 대개 5~6학년 가운데 소년단이나 청년동맹 간부들이 학교를 대표해 참여하는데 학생 숫자를 기준으로 따져 보면 1000대 1의 경쟁을 뚫고 선발되는 셈이다.

이러한 현장 학습의 행군은 한겨울에 이루어지는 데다 1000리 길을 걷는 것은 다들 처음이기 때문에 자기와의 싸움이다. 도중에 천막을 치고 야영과 숙영도 해야 하고 밤에도 행사가 있는 날이 많다. 행군 도중 주요 지역을 지날 때에는 현지에 건립돼 있는 사적지와 사적물을 참관하고 해설강사의 설명을 들으며 충성을 맹세한다.

하지만 이렇게 힘들어도 이 행군에 참여한 어린이들과 가족들은 그것을 ‘가문의 영광’으로 여길 정도라고 한다.

최종목적지인 포평의 압록강가에 도착하면 현지에서 행군을 마무리하는 모임이 열리고 김정일 위원장이 보낸 축하문이 전달되면서 공식적인 현장 학습은 끝난다. 이때 주어지는 축하문은 청소년∙학생들에게 있어 ‘김일성청년(소년)영예상’ 다음으로 권위가 높은 것이어서 집안의 가장 눈에 잘 띄는 곳에 걸어 두고 가보처럼 간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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