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친구들이 제일 좋아하고 기다리는 방학! '난 이번 방학에는 여행을 가려고 해', '난 수영을 배울 생각이야' '난 공부를 좀 더 열심히 해둬야겠어'. 방학을 앞두고 친구들끼리 모여 이번 방학 때는 무엇을 할까 각자 알찬 계획을 세우곤 하죠. 그래도 정신없이 지내다보면 어느새 방학이 다 지나버렸는지 아쉽게만 느껴지죠. 그래도 한 동안 보지 못했던 친구들을 다시 보게 될 테니 그 역시 즐거운 일이겠군요. 이쯤 되면 '북한 친구들의 방학기간은 얼마나 될까?', '아마 여기보다 추운 북쪽이니까 겨울방학은 더 길겠지!'하며 궁금해하는 친구들이 있을 거예요. '북한 친구들은 주로 무엇을 하면서 보낼까?'하는 것도 궁금할 거예요. 그러면 북한의 방학에 대해 알아볼까요?


소학교(우리의 초등학교ㆍ 4년제) 학생들의 여름방학은 보통 8월 15일부터 8월 30일까지 약 15일 정도입니다. 그리고 북한은 여기보다 춥기 때문에 겨울방학은 소학교와 중학교 3학년(남한의 중1에 해당)까지는 1월 1일부터 2월 14일 정도까지 한달 보름정도, 중학교 3학년 이상은 한달정도입니다. 여름방학은 우리보다 훨씬 짧지만, 겨울방학은 우리와 비슷하죠?

북한 어린이들도 방학이 오면 마음이 들뜹니다. 시험을 마치고 한겨울동안 친구들과 함께 재미있게 놀 수 있는 자유시간이 많아지기 때문이죠. 하지만 방학이라고 해서 마냥 놀 수 있는 것은 아니랍니다.

1주일에 한번은 학교에 들러서 생활총화도 하고 방학숙제와 좋은일하기운동 과제물 진행상황 등을 검열 받기 때문이죠. 우리 친구들은 각자 알맞은 계획표를 만들어 방학을 보내는 반면, 북한의 학생들은 학교에서 내준 '방학동안의 일정표'에 의해 방학을 보낸다는 차이점이 있습니다.

일정표의 하루 일과표를 보면 생활반(학급과 동네가 같은 6~7명으로 구성)끼리 학교에 모여 아침달리기, 독보회(독서회) 모임, 오전학습(방학숙제)과 점심식사 후 오후학습을 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매주 토요일은 '소집일'이라고 하여 교원(선생님)에게 일주일동안 한 숙제를 검열 받게 되어 있습니다.

공부뿐만이 아니라 방학동안에 '노력지원활동'도 의무적으로 하게 되어 있습니다. 기간은 최소 3일에서 1개월 이상이며, 내용에 따라 다양하게 실시하고 있습니다. 특히 1월 3일은 '퇴비반출의 날'로 정해져 있고 또한 외화벌이사업으로 토끼기르기를 적극적으로 실시하고 있어 학생 1인당 3~5마리의 토끼를 길러서 학교에 바치도록 되어 있습니다. 학교지원사업은 운동장 확장작업, 학교주변 나무심기, 교구 및 비품수리, 교실증축 및 보수 참여 등이며, 겨울방학에는 제설작업이나 땔감확보에도 참여해야 합니다.

방학동안에는 '비상소집'이 자주 있는데, 비상소집시에는 연락 받은 후 10분 이내에 학교에 도착해야 합니다. 연락체계는 연락받은 학생이 연락해줄 다음 학생 집에 들러서 알려주고 바로 학교로 향하게 되어 있습니다. 이런 비상소집은 군사교육의 일환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렇듯 기간마저 짧은 여름방학에는 사실 어디로 놀러갈 수도 없습니다.

방학생활은 대개 비슷합니다. 지역별로 다소 차이는 있지만 아침 6~7시 사이에 동네별로 학생들이 전부 모여 아침달리기를 합니다. 여기서 반장이나 임시책임자가 출석을 부릅니다. 학생들은 온 동네가 떠나갈 듯 구호를 부르며 달리기를 하는데 ‘배움의 천리길’과 ‘광복의 천리길’을 앞뒷줄로 나누어 번갈아 소리치며 달립니다. 그래서 방학이라고 해도 늦잠을 잘 수는 없답니다.

구역(남한의 구에 해당)이나 동별로 학습반이 조직되는데 보통 6~7명이 한 반이 되어 매일 집집마다 돌아가면서 오전에 모여 방학숙제를 합니다. 숙제는 과제물이 나오기도 하고 교과서의 내용 가운데 복습할 것을 선생님이 지적해 주기도 합니다.

눈이 많이 내리는 날 학생들은 무조건 학교로 달려가 눈을 치워야 합니다. 방학숙제 이외의 과제로는 파지와 파철줍기가 있습니다. 지방에서는 토끼기르기를 많이 하기 때문에 토끼먹이를 구하는 데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한답니다.

이런 과제물을 끝내고 나면 자유시간을 즐길 수 있어 아이들의 신이 납니다. 스케이트나 외발기(외날 썰매) 타기는 북한 청소년들의 가장 인기 있는 겨울 놀이입니다. 외발기는 몇 명씩 짝을 지어 골 문을 만들어 하는 아이스하키 비슷한 게임인데 아이들이 한결같이 좋아하는 놀이입니다. 동네얼음판에는 이른 아침부터 남녀 학생들이 가득 몰려와 스케이트를 즐깁니다.

지방학생들에 비해 별다른 과제가 없는 평양 학생들은 더욱 놀 시간이 많습니다. 대동강이나 보통강이 얼어붙으면 학생들은 신바람이 납니다. 눈이 많이 내린 날은 눈싸움을 즐기고 얼음판에서 팽이를 돌리는 학생들도 눈에 많이 띕니다.

방학기간에는 평소에 갈 수 없는 여행을 떠날 수가 있습니다. 다른 곳에 살고 있는 친척들의 집을 방문할 수 있는 기회가 바로 방학기간인 것이죠. 그러나 아무리 학생일지라도 학교담임선생이나 소년단지도원에게 여행허가를 받아야 한답니다. 허가가 안나와 여행을 못 가는 학생도 있습니다.

식량난으로 어려워진 최근에는 많은 학생들은 놀기보다는 장마당에 나가 장사를 하거나 살아가는데 필요한 여러 가지 집안일을 돕는데 방학기간을 활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도 매일 학교에 등교하는 것 보다는 자유시간이 많은 방학이 학생들에게는 즐거운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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