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어린이들은 좋아하는 이성 친구가 생기면 이메일(E-mail)을 보내거나 선물을 주기도 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마음을 전하곤 합니다. 간혹 좋아하는데도 다른 친구들이 알면 어쩌나 하는 걱정 때문에 오히려 티내지 않으려고, 좋아하는 친구들 더 못살게 괴롭히는 친구들도 있죠? 특히 요즘 어린이들은 예전보다 더 적극적인 편이라 어른들처럼 커플 링(반지)을 맞춰 나눠 갖기도 한다는데. 마냥 딱딱하고 엄격한 학교 생활을 할 것만 같은 북한 어린이들도 이성 교제를 할까요? 그리고 북한친구들은 좋아하는 이성친구가 생겼을 때, 어떻게 하는지도 한번 알아볼까요? 남한의 초등학교 4학년까지에 해당되는 북한의 소학교 어린이들 사이에서 이성 교제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답니다. 유치원에서 갓 올라온 시기인 1∼2학년 때까지는 남녀란 개념조차 거의 없기 때문에 남녀 구별 없이 잘 섞여 놀지만, 아래 그림처럼 보통 3∼4학년 정도가 되면서 자연스럽게 남녀 학생 사이의 구분이 생겨 따로따로 어울리게 된다고 합니다.



설령 마음에 드는 이성 친구가 있다고 하더라도 거의 표현하지 못하는 편. 부끄럽기도 하거니와 다른 친구들이 혹시나 알게 되면 곤란한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죠. ‘누가 아무개를 좋아한다.’는 소문이 퍼지기 시작하면 순식간에 친구들의 놀림감이 되기 십상이라고 합니다. 간혹 직접 쓴 편지나 쪽지 정도로 마음을 전하는 경우도 있죠.아직 북한에는 컴퓨터가 별로 없고, 일반주민들의 경우엔 인터넷도 사용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 친구들처럼 서로 이메일을 보내지는 못한답니다.

선생님들 또한 학생들 사이의 이성 교제를 별로 달가워하지 않습니다. ‘한창 배우고 자랄 시기에는 혁명적 의리로 똘똘 뭉친 동무들이 되어야지, 특별히 한 친구만을, 더구나 이성적으로 좋아하는 것은 별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이성에 일찍 눈을 뜬 소위 ‘생각이 튼 학생’들은 ‘사상이 불량한 학생’으로 여겨지기도 한답니다.

게다가 간혹 친구들이 놀림 때문에, 학교에 오기 싫어져서 잘못된 길로 빠져드는 학생들도 있기 때문에 걱정부터 하게 되는 것이죠. 그래서 선생님들은 '학생들의 연애사업은 예술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말하곤 합니다. 친구들 사이에서 놀림을 당하지 않으면서도, 좋아하는 감정 때문에 공부도 뒷전이거나 잘못된 길로 빠져드는 것을 막기 위해서 '좀 더 어른이 되어서 그 때 생각해 보렴'하는 식으로 차근차근 설명하고 설득하는 선생님들이 많습니다.

북한에서는 어른들이라 하더라도 ‘건전한 이성 교제’란 말에는 고개를 갸우뚱거릴 정도입니다. ‘이성 교제는 남몰래 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오랫동안 뿌리 박혀 있기 때문이죠. 여전히 남녀 관계는 이성으로서가 아닌 ‘혁명적 동지애’로 묶여져야 하며 결혼 역시 ‘사랑하는 남녀’간의 결합이라기 보다는 ‘수령을 옹호보위하는 혁명적 가정의 탄생’으로 여겨지는 것이 보통입니다.

하지만 1990년대로 접어들면서부터는 북한의 이성 교제 문화도 조금씩 바뀌고 있는 듯합니다. 북한에서 온 조철진(20세·청진 출신·1999년 입국) 씨는 “예전에는 연애를 하다가 걸리면 무거운 처벌을 받아야 했지만 지금은 중학교 2∼3학년(남한의 초등 6학년∼중학교 1학년) 정도면 연애를 할 정도로 통제가 느슨해졌다.”고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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