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를 데려오겠다고 북한으로 들어갔다가 체포당한 후 다시 탈출해나온 유태준씨의 ‘모험 이야기’는 엄혹한 남북분단 상황과 엄격한 북한의 주민통제체제를 감안할 때 믿기 어려울 정도로 극적이다. 그의 귀환이 극적인 만큼 재입북과 탈옥, 재탈출과 재입국 등의 과정에 대한 궁금증이 아직 남아있기는 하지만 어쨌든 그에게 한껏 격려를 보내고 싶다.

그러나 한편으로 우리는 그가 맨몸으로 분단의 장벽을 넘나들며 시련을 겪고 있는 동안 현 정부가 보인 무관심과 소극적 대응에 대해서는 씁쓸함을 금할 수 없다. 정부당국은 그가 북한으로 들어갔다는 사실이 확인됐을 무렵 그에 대한 정착지원금 지급을 중단하고, 임대아파트를 회수했으며, 주민등록까지 말소해 버렸다. 그의 신변안전과 송환을 북한당국에 요구하기보다는 그가 엄연한 한국국민이라는 사실을 지우기에 급급했던 것이다.

그의 생사확인과 생환을 촉구하는 국내외 인권단체들의 목소리가 높았지만 정부당국은 끝내 침묵으로 일관했다. 유씨가 입북과 재탈북을 거쳐 다시 돌아오기까지의 전 과정에서 정부당국이 성의있게 개입하고 도움을 주려고 애쓴 흔적은 발견할 수가 없다.

「북한정권을 자극하지 않는 것」을 대북정책의 최고가치로 여기고 있는 듯한 현 정부에 탈북자나 북한 인권문제를 제기하라고 촉구하는 것이 우이독경임을 몰라서 하는 말이 아니다. 그러나 자국민 보호조치까지 외면해버린 현 정부의 태도는 역사의 기록으로라도 남겨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유씨의 귀환과정을 보면서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한 가지 사실은 북한정권이 바깥에서 제기하는 인권문제에 나름대로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점이다. 한국언론과 인권단체들이 유씨 문제를 적극 제기하고 나오자 북한당국은 그의 기자회견을 두 차례나 방송으로 내보내고 그에 대한 처우도 개선했다. 「자진입북」을 주장하는 그의 모습을 비디오로 보여주기 위해서는 그의 외모만이라도 정상인으로 만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물론 북한당국이 미리 준비된 원고로 기자회견을 조작해 한국정부와 사회를 원색적으로 비난한 사실은 별도로 지탄받아 마땅하며, 그동안 일부 납북자들의 기자회견이 자의에 의한 것이 아님도 이번 일을 통해 알 수 있다. 한 가지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유씨의 생명을 건 탈출을 놓고 우리사회 일부에서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차제에 북한 인권문제는 「조용히」 접근해야 한다는 견해는 재고돼야 한다. 그래서 북한 인권개선을 촉구하는 소리가 「함성」으로 모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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