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기록부가 뭘까요? 맞아요, 선생님들에 의해 작성되는 여러분들의 학교생활에 대한 평가나 기록이라고 할 수 있죠. 가령 우리 통일이의 생활기록부를 보면, '통일이는 특히 북한 친구들의 생활과 통일문제에 관심이 많은 학생입니다', '그림 그리기에 소질이 있습니다', '성격이 밝고 명랑하여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습니다' 등의 내용이 기록되어 있겠죠? 초등학생 때의 생활기록부는 중학생이 될 때, 고등학생이 될 때, 또 대학생이 될 때도 계속 상급학교로 보내진답니다. 물론 전학을 가게 될 때도 새 학교로 옮겨지게 되죠. 왜냐하면 선생님이나 학교가 바뀔 때마다 '이 학생은 이렇습니다'는 기본적인 정보가 필요하기 때문이죠. 그러면 이제부터는 북한 친구들의 생활기록부와 한번 비교해 볼까요?

북한 친구들의 생활기록부는 '평정서'라고 불린답니다. 북한에서는 '평가한다'는 것을 '평정한다'라고 표현하기도 하기 때문이죠. 우리 친구들의 생활기록부는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만들어지지만, 북한 사람들의 평정서는 태어날 때부터 만들어집니다. 북한에서는 평정서를 기본적으로는 국가기관에서 관리·작성하며, 학교에 다니거나 직장에 다니는 동안에는 해당 학교나 공장·기업소에 임시로 맡겨져 관리·작성되는 것이죠.

우리의 생활기록부에는 학교생활평가가 중심이 되지만, 북한의 평정서에는 학교생활과 조직생활평가는 물론 개개인의 출신성분이나 사상검토 내용도 그에 못지 않게 중요시된다는 것도 다른 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부모님들의 직업과 지위 등이 기록되는 것은 우리와 비슷하다고 볼 수도 있지만, 북한에서는 이것이 때때로 학생들에 대한 차별대우의 기준이 되기도 한답니다.

또한 우리의 경우에는 선생님들만이 생활기록부에 기록할 수 있지만, 북한에서는 선생님은 물론 소년단 혹은 청년동맹 지도원, 기관이나 공장·기업소 책임자도 평정서에 의견을 기록할 수 있답니다. 하지만 우리와 달리, 평정서 작성자나 부부장급 이상의 높은 사람이 아니라면 보통 사람들은 원칙적으로 평정서의 내용을 볼 수 없도록 되어 있답니다.

하지만 평정서는 학교에 다닐 때는 물론, 입시나 직장배치에 있어서도 개개인에 대한 중요한 평가기준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자신에 대한 평가 내용이 너무 궁금해서 뇌물을 바치면서라도 몰래 보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좋은 내용보다는 나쁜 내용이 많다고 합니다. 타인에 대한 칭찬보다 발전을 위한 건전한 비판을 더 중요시한다는 취지에서죠.

평정서에는 보통 할아버지나 할머니 때부터의 출신성분이나 좋지 않은 행실 등도 모두 기록되어 있습니다. 법 기관의 서류처럼 평생동안 계속 쌓여 죽을 때쯤에는 보통 두꺼운 책 한 권 분량이 될 정도라고 합니다. 평정서는 평생동안 따라 다니기 때문에 여기에 좋지 않은 기록이 많을수록 불이익이 많이 따르게 됩니다.

보통 학교에 다닐 때는 학생들의 성격이나 학력평가 내용이 기록되는 정도이지만, 사회에 나가게 되면 자그마한 잘못이라도 철저하게 기록된답니다. 그래서 가끔씩 다툼의 원인이 되기도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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