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남한어린이들 중에는 학용품을 소중히 여기지 않거나 낭비하는 친구들이 점점 늘고 있다고 하는데, 혹시 우리 친구들 얘기는 아니겠죠? 한편, 북한 어린이들은 학용품이 부족해 공부하기가 힘들어졌다는 안타까운 소식도 들립니다. 그러면 부족한 학용품은 어떻게 구하는 것인지도 궁금하죠? 한번 알아볼까요?

북한의 4월 1일은 ‘만우절’이 아니라 새 학기가 시작되는 날입니다. 하지만 신입생 자녀를 둔 북한 학부모들은 마음이 편치 않다고 합니다. 경제난을 겪기 전까지는 국가에서 책가방, 필통 등 새 학용품을 공급해 주었지만, 이제는 각자 알아서 장만해야 하기 때문이죠.

새 옷이라도 한 벌 사 입히고 싶지만, 일반 노동자 월급의 2∼3배 정도로 비싸기 때문에 웬만해선 엄두도 못 낸다고 합니다. 교과서도 1985년까지는 빠짐없이 공급됐지만, 최근에는 신입생들조차 모두 새 교과서를 받지 못하고 일부는 헌 교과서를 물려받고 있습니다. 그래서 산골 어린이들은 헌 교과서나마 모두 구할 수 있으면 다행이라고 할 수 있죠.

1999년 여름 남한에 온 문해성 군(1984년 황해남도 태생)은 북한의 학용품부족 실태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습니다. “북한에선 한 사람이 한두 권의 책을 가지고 공부합니다. 수학과 영어 두 개를 가지면 복이고, 어떤 아이는 음악이나 미술 같은 책밖에 못 타서 공부를 해보려고 해도 공부를 못 하고 마는 현실입니다.”

새 교과서라 해도 몇 번 재활용한 종이라 글자를 알아보기 어렵습니다. 교육 기자재 공장들이 제대로 돌아가지 못해, 연필·학습장은 늘 부족하며, 문방구 같은 곳은 없고, 물건이 없어 상점도 대부분이 문을 닫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일단은 학교에서 구해 주기를 기다리거나, 김일성·김정일 부자 생일날 학용품 선물이 떨어지기를 기대해 보는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새 학기가 다가오면 모든 학교는 교과서 등 기자재 확보 경쟁에 뛰어듭니다. 학교측에선 교육 기자재 공급소 일꾼들에게 바칠 뇌물을 마련하기 위해 학부모들에게 돈을 요구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언제나 필요량보다는 턱없이 부족하죠. 학습장은 거무스름한 갱지인데 한 학기에 한두 권을 구해 모든 과목의 필기를 한 곳에 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경우 장마당(암시장)에서 학용품을 구해서 쓰죠. 다행히 장마당에는 없는 것이 없습니다. 강계 연필공장에서 생산된 연필은 질이 나빠 부러지지 않을까 조심조심해야 하고, 혓바닥이 새까맣게 될 정도로 침을 발라 써야 한답니다.

북한 당국은 “아무리 어려워도 학생들의 새 학기 때는 교과서나 학용품을 제때에 공급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자.”며 관련 종사자들에게 분발할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1990년대부터는 해마다 상황이 나빠지고 있다고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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