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어린이들은 학교에서 무슨 과목을, 어떻게 배우고 있을까" 궁금하죠? 그래서 이번에는 북한 소학교 교과서를 중심으로 국어, 영어, 수학, 자연, 음악, 미술, 체육 등 우리가 배우는 교과목과 비슷한 '일반과목'에 대해 살펴보았답니다.

북한어린이들도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여 배우는 과목은 역시 국어입니다. '외래어를 우리식으로 바꾸자'는 말다듬기운동에서도 알 수 있듯이 우리말 교육을 그만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죠. '가갸표'(ㄱㄴㄷ...)로부터 시작하는 소학교 1학년 교과서에는, 고기덩이를 물고 다리를 건너다가 맑은 물밑에 또 한 마리의 개가 고기덩이를 물고 있는 것을 보고 '저것도 빼았아 먹어야지'하며 짖다가 입에 물고 있던 고기를 떨어뜨리고 만다는 '욕심많은 개' 이야기도 있습니다. 김일성·김정일 부자를 우상화하는 내용도 있지만, 4학년 교과서에는 '발명왕 에디슨' '한석봉과 그의 어머니' 이야기도 소개하고 있구요.

소학교 기간 동안 수학교과서를 통해서는 주로 4칙연산(더하기·덜기·곱하기·나누기)을 반복해서 배우게 됩니다. 예를 들어 1학년 수학교과서에 나오는 한 문제를 다음과 같습니다. "인민군대아저씨들이 미제승냥이놈 땅크를 처음에 6대 까부셨습니다. 다음에 2대 까부셨습니다. 두 번에 몇대 까부셨습니까?" 매 과마다 복습문제가 나오는데, 우리와 같은 객관식 문제는 없고 모두 주관식 문제입니다.

북한어린이들의 첫 영어교과서는 '소학교 4학년용 영어' 교과서입니다. 남한과 달리 '미국식'이 아닌 '영국식' 영어를 배우는데, 예를 들면 'Tom'을 '탐'이 아닌 '톰'으로 읽는 식이죠. 199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소학교 영어교육은 영어 알파벳과 알파벳 노래(the Song of ABC)로부터 시작하며, 소학교 4학년 또는 중학교 1학년용으로 추정되는 한 영어교과서는 1과부터 20과에 이르는 교과 내용은 남한의 중학교 1학년 영어교과서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3학년 자연교과서에서는 '벌에 사는 생물'로 개구리와 함께 '남새'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데, 남새란 배추·무·가지·오이·호박 등을 통칭하는 북한말입니다. 자연과목의 경우 과목의 특성상 김일성·김정일에 대한 우상화나 미국에 대한 적개심을 고취하는 내용이 가장 적은 편입니다.

반면, 음악 교과서는 가장 좋은 사상교육수단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2학년 음악교과서에서 가장 먼저 배우는 노래는 '수령님의 만수무강을 축원합니다'이며, 3학년 교과서에서는 '4월의 명절'이란 노래를 통해 북한에서 '태양절'이라고 부르는 김일성 생일(4·15)을 민족의 큰 명절로 강조하고 있습니다.

도화·공작(미술) 교과서에는 크레용으로 따라 그릴 수 있도록 풍선, 사과, 시계, 토끼, 무지개 등 여러 가지 그림이 그려져 있는데, '떨어지는 미국놈 비행기'와 '놀이감'이라는 제목으로 탱크, 총, 비행기가 그려져 있는 점이 눈에 띕니다. 그 외에 체육과목의 경우, 교과서 없이 국가에서 정하는 교육과정에 따라 교원(교사)들이 진도표를 작성하여 지도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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