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의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먹거리나 간식을 꼽으라고 하면 아마도 피자, 햄버거 같은 패스트푸드나 빵, 과자, 초콜렛, 순대 떡볶이 등과 같은 음식이 단연 일순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서구의 음식 문화가 빠르게 생활 속에 자리 잡았기 때문에 패스트푸드나 빵, 과자는 남쪽의 어린이들에게 매우 인기 있는 음식이다.

반면에 아직 서구의 음식 문화가 많이 유입되지 않은 북한의 어린이들에게 햄버거나 피자 같은 패스트푸드는 접해 보지 못한 낯선 음식이다. 그럼 북한의 어린이들이 좋아하고 자주 먹는 간식은 어떤 것이 있을까?

북한의 어린이들의 음식 문화는 자기가 속한 계층과 살고 있는 지역에 따라 다르다. 부모님이 높은 지위에 있는 상류계층이나 평양 대도시에 사는 아이들은 좋은 음식을 먹으며 지방보다 접해 볼 수 있는 간식의 종류도 더 많다. 평양의 외화 상점에서는 가락지빵(도넛), 설기과자(카스테라), 애기과자(우유과자), 과일단물(주스)등을 판매하고 있다. 덕분에 상류층 어린이들은 외화 상점에서 파는 우유, 고급 빵, 쏘시지, 사탕, 과자, 주스를 비롯 창광 거리와 천리마 거리 등에 있는 다양한 식당에서 파는 자장면, 냉면, 불고기, 물고기 튀김 같은 음식도 먹을 수 있다.

상류층이 아닌 보통의 북한 어린이들의 간식거리로는 지짐(부침개), 빵, 떡, 강냉이 알튀기(옥수수 뻥튀기), 강냉이 펑펑이(옥수수 과자의 일종)튀긴 것, 국수, 고구마, 삶은 옥수수, 가마치(누룽지) 등이 있다.

어린이들이 간식을 찾으면 어머니들은 강냉이 가루 혹은 밀가루로 지짐(부침개)를 만들어 주거나 밀가루 빵을 만들기도 하고 옥수수를 갖고 시장에 가서 강냉이 알튀기와 펑펑이로 바꿔다 먹기도 한다.

이외에도 쟁만을 불 위에 놓고 그 위에 옥수수 알을 놓아 알이 노릇노릇할 정도로 익혀 먹는 옥수수나 볶은 콩도 북한 어린이들에게는 인기 있는 간식이다.

하지만 북한에서는 다양한 맛의 스낵이나 사탕, 초콜렛, 빵과 같은 먹거리는 찾아보기 힘들다. 남한에 비해 북한은 식품 공업의 수준이 낮기 때문이다. 게다가 1990년대 이후 북한의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식량난이 겹쳐 군것질을 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 되어 버렸다.

경제가 어려워지기 전 북한에서는 유치원에서 어린이들에게 우유와 과일 같은 간식을 공급하였다. 또 김일성 생일(4.15), 김정일 생일(2.16), 국제아동절(6.1) 등에는 특별 배급이라 하여 어린이들에게 옷이나 학용품과 함께 젤리, 왕사탕, 건빵, 껌 등과 같은 간식거리를 배급하였다. 그러나 유치원에서 어린이들에게 주던 우유와 과일 같은 간식은 옥수수 뻥튀기 정도로 바뀌었다가 그것마저도 사라졌으며, 김일성∙ 김정일 생일에 국가에서 배급하는 간식도 점점 줄어들게 되었다.

그나마 수도인 평양의 경우는 어린이들이게 여러 가지 식품들을 공급 해주는 기관인 ‘평양시 탁아소 유치원 물자 공급 관리소’가 있어 평양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간식을 공급하고 있다. 평양시 탁아소 유치원 물자 공급 관리소에서 제공하는 간식으로는 70여 톤의 콩우유(두유)와 영양사탕, 과자, 젖가루(분유), 빵 등이 있다.

평양의 물자 공급 관리소처럼 정해진 기관이 없는 지방의 농촌 지역은 개인적으로 농사를 지을 수 있어 어린이들은 식사 외에 강냉이 가루빵이나 삶거나 볶은 강냉이, 삶은 고구마, 볶은 콩 등을 간식으로 가끔 먹고 있다.

그러나 지방 소도시의 형편이 어려운 가정이나 공장, 기업소, 탄광, 광산들이 몰려 있는 산간지역의 많은 어린이들은 끼니도 간신히 때우는 형편이어서 간식도 먹기가 어려운 형편이다. 그래서 간식보다는 어떤 음식이든 배불리 먹을 수 있게 되기를 바랄 뿐이며 ‘이밥(쌀밥)을 매일 먹는게 평생 소원’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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