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그네사이트를 생산하는 룡양광산의 광부들. 사람들이 가장 배치받기 싫어하는 곳이 탄광,광산이다. 하지만 어렵고 힘든 곳일수록 월급은 많다.
◇ 마그네사이트를 생산하는 룡양광산의 광부들. 사람들이 가장 배치받기 싫어하는 곳이 탄광,광산이다. 하지만 어렵고 힘든 곳일수록 월급은 많다.

북한 사람들에게도 생활비(월급) 받는 날은 기분 좋은 날이다.

직장에서 처음 받은 월급을 부모님께 드리며 뿌듯해 했던 기억을 사람들은 잊지 못한다. 월급날은 대개 말일이며, 현금으로 지급된다.

북한의 월급체계는 각 부분, 기능, 직급, 학위, 근속 연수 등에 따라 세분돼 있다. 사회주의 헌법(제70조)에 명시된 “공민은 능력에 따라 일하며 노동의 량과 질에 따라 분배받는다”는 원칙과, 노동법에 의한 사회주의 분배 규정에 따라 노동시간, 작업량, 근무조건 등 세부적으로 명시된 규정에 의해 월급이 책정된다. 북한만큼 노동의 강도나 질에 따라서 월급체계가 세분된 곳도 드물 정도다.

북한 최대 제철소인 김책체철연합기업소를 예로 들어보자. 대졸 노동자는 고졸보다 10~20%를 더 받는다. 대개 큰 연합기업소의 고졸 초임은 60~70원, 대졸은 80~90원이다. 용광로같은 위험하고 힘든 곳에 배치 받으면 조금 더 지급된다.

대졸 입사자에게는 ‘기사’ 급수가, 고졸자에게는 ‘기능’ 급수가 매겨져 있다. 보통 1급부터 ~7급까지다. 2~3년에 한번씩 급수 향상을 위한 검정시험을 치른다. 급수별로 월급이 달라지기 때문에 신경을 많이 쓴다. 의사 설계원 은행원 등 전문직은 물론 이발사까지도 1급부터 7급까지 급수가 매겨져 있다.

대학교수는 조교원, 교원, 상급교원, 부교수, 교수의 5개 직급으로 나뉘며, 교수는 1급, 부교수는 2급의 급수가 매겨져 있다. 교수들도 근속 연수나 학위, 직급에 따라 월급을 받는다. 조교원은 90원, 교원 110~120원, 상급교원은 140~150원, 교수급은 160~200원의 기본급을 받으며 여기에 연한 가급금, 학위에 따른 특별보상금 등이 추가된다. 학사(우리의 석사)는 매달 25원, 박사칭호를 받으면 50원이 추가된다. 일반근로자들은 ‘공훈’ 칭호를 받으면 준박사에 해당하는 25원의 월급이 추가되며, ‘인민’ 칭호를 받으면 박사에 해당되는 50원을 더 받는다.

근무 기간에 따른 연한 가급금 조정은 2년마다 있는데 대개 한 번에 1~2% 정도 오른다. 북한은 인플레를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물가상승에 따른 임금 인상은 없다.

당원수가 35~50명 이상 되는 기업소의 당 일꾼은 직장이 아닌 당위원회에서 월급을 받는다. 당원이 적은 기업소의 당비서는 대개 지배인(사장)급의 월급을 받는다.

근로자중 월급을 가장 많이 받는 곳은 탄광이다. 15~20년 근무했을 때 500~600원 정도다. 내각의 상(장관) 월급(350원)이나 20년 경력의 교수(400원 정도)보다 많다. 일이 고된 만큼 많이 받는 것이다. 그렇다고 광부의 생활이 여유로운 것은 물론 아니다. 월급이 많아도 자원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

북한은 더이상 월급으로 사는 사회가 아니다. 식량과 생필품 공급체계가 무너지면서 월급은 사실상 무의미해졌다. 당간부들에게는 생필품이 국정가격으로 공급되지만 일반 주민들은 대부분 암시장에서 구해야 한다. 돼지고기 1kg이 국정가격은 3~4원 정도지만 암시장에서는 50~60원을 호가하는 식이다.

한달 월급으로는 외제 담배 한 곽 사기도 힘들어졌고, 술 한잔 하기도 어렵다. 대부분은 갖가지 부업에 나선다. 집에서 가축을 기르거나 장사를 한다. 돼지 한 마리 잘 기르면 1년치 월급 이상을 벌 수 있다. 그래도 사람들은 직장을 떠나지 못한다. 마음대로 직장을 그만둘 수 없을 뿐 아니라 그나마 식량 배급이라도 받을려면 직장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공급체계가 원활하던 시기에는 월급이 소중했고, 사람들은 한푼의 월급을 더 받기 위해 검정시험, 학위 등을 취득하기 위해 야간대학에 다니는 등 열심히 노력했지만 최근엔 그런 분위기도 사라져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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