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킹 미국 국무부 북한 인권특사의 북한 방문이 지난달 말 전격 취소된 것은 미국이 북한에 억류된 케네스 배씨의 석방 조건으로 주기로 한 사례금을 취소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고 30일 국민일보가 보도했다.

미국 외교안보정보에 정통한 워싱턴 소식통은 28일(현지시간) 신문에 “케네스 배씨의 석방을 담당해 온 국무부가 관행대로 일정액을 지불하기로 약속했으나 이 사실을 보고받은 백악관과 재무부가 강력히 반대해 미국이 북한에 약속을 어긴 꼴이 됐다”며 이 같이 밝혔다.

신문에 따르면 북한은 이번에도 과거 억류된 미국인 석방 교섭 때처럼 ‘법 집행 비용(court fee)’ 등의 명목으로 일정액을 미국에 요구했으나 북한의 궁극적 의도는 금액에 있지 않았다고 이 소식통은 전했다. 그는 신문에 “유엔 대북제재 결의안에 따라 북한에 대한 은행의 전신 송금은 물론 ‘대량 현금(bulk cash)’ 전달도 불법화돼 있다”며 “북한은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제재망을 우회해 케네스 배의 석방 자금을 자국에 들여오는 ‘전례(precedent)’를 만들려 했다”고 설명했다.

유엔은 수차례의 결의안을 통해 회원국들에게 북한 핵 및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에 도움이 되는 금융거래 및 송금을 의무적으로 저지하도록 해 왔다. 특히 지난 3월 8일 북한의 3차 핵실험에 대응해 채택한 ‘결의 2094호’는 대량 현금의 북한 유입도 금지했다.

국무부가 결국 돈을 지급할 수 없다고 통보하자 북한은 격분했고 바로 킹 특사의 북한 방문을 취소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국무부는 케네스 배씨를 석방하면 추후에 ‘방법’을 찾아 약속한 금액을 지불하겠다고까지 말하며 매달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국무부나 백악관이 북한의 킹 특사 초청 취소 뒤 북한을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할 수 없었던 것도 약속 파기 책임이 미국에 있었기 때문이었다”고 덧붙였다.

케네스 배씨의 석방 운동을 해 온 한 교민도 이날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배씨 가족들도 막판에 배씨의 석방이 취소된 것이 돈에 관련돼 있다고 알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북한은 지난달 31일 을지프리덤가디언스 한·미군사훈련 기간 B-52 전략폭격기가 한국 상공에서 훈련한 사실을 비난하며 킹 특사의 방북을 취소했었다. 하지만 괌에 배치된 B-52는 항상 한반도를 오가며 훈련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돼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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