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27일 15분 동안 전화 통화를 했다. 두 나라 정상 사이의 대화는 1979년 이란에서 친미(親美) 정권이 쫓겨나고 두 나라 간 외교관계가 끊어지고 난 뒤 34년 만이다. 이날 통화는 유엔 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했던 로하니 대통령이 "오바마와 통화하고 싶다"고 해 이뤄졌다. 두 정상은 이란 핵 문제를 조속한 시일 안에 대화로 해결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이란은 북한과 더불어 핵 문제로 국제 제재를 받고 있는 대표적 국가다. 유엔은 2006년부터 이란에 대해 경제 제재를 하고 있고, 미국은 작년부터 이란과 다른 나라 사이 금융거래까지 틀어막는 독자 제재를 펴고 있다. 그런 미국과 이란이 최근 중국·러시아·영국·프랑스·독일과 함께 7자회담을 가졌고 곧 다시 만날 계획이다. 두 나라 관계가 방향을 틀게 된 계기는 지난 8월 로하니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마련됐다. 로하니는 이번 유엔 연설에서도 "핵무기는 이란의 국방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했다.

북한은 미국과 이란의 관계 변화를 보고 깨달아야 한다. 북한 김정은은 작년 초 권력을 잡은 뒤 헌법에 '핵보유국'이라고 명시하고 핵·미사일 실험을 강행했다. 미국은 이런 북한과의 대화는 '대화를 위한 대화'가 될 뿐이라고 보고 있다. 6자회담 재개에 앞서 북한이 약속했던 영변 핵 시설 가동 중단과 봉인 조치부터 하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북한과 이란은 핵·미사일 문제에서 공동보조를 취해 왔다. 이란이 핵 포기 쪽으로 나아가면 미국과 국제사회의 압력은 북한으로 집중될 것이다. 귀국한 로하니 대통령에게 일부 군중이 달걀과 신발을 던지며 반미(反美) 구호를 외쳤다. 그러나 이보다 3~4배 많은 군중이 "로하니, 고마워요"를 외쳤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국제적 고립과 경제 제재의 직접 피해자인 이란 국민이 로하니의 결단에 지지를 보낸 것이다. 김정은은 이란 국민보다 더 지치고 고단해하고 있는 북한 주민을 위한 길이 무엇인지를 깊이 생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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