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기(51) 통합진보당 의원이 결성한 'RO' 조직원들은 북한에서 만든 책과 영화를 보며 사상 학습을 하고, 조직 가입이나 행사 때 북한 혁명가요 '동지애의 노래', '적기가' 등을 부르면서 결속력을 다진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가입 당시 "우리의 수(首)는 비서 동지(김정일)", "나는 R가(혁명가)" "간부의 풍모는 충실성, 사상성, 사업작풍"이라는 내용의 결의 다짐을 했고, '주체사상에 대하여', '세기와 더불어' 같은 북한 원서와 '당원증', '조선의 별' 등 북한 영화를 사상 학습의 교재로 삼았다고 수사당국은 밝혔다.

이 의원의 거주지 등에서는 북한 소설 '우등불' 같은 문건 17건과 북한 영화 '민족과 운명' 등 파일 173건 등 이적 표현물이 발견됐다.

이들은 특히 북한 말이 입에 배어 있을 정도로 북한 말을 자주 사용했다. 이석기 의원은 4월 회합에서 조직원들에게 "가는 길 험난해도 웃으며 갑시다"라고 말했다. 이 말은 1990년대 중반 아사자가 속출했던 북한의 '고난의 행군' 당시, 북한이 주민 통제를 위해 제시한 정치 구호다.

5월에 "소집령이 떨어지면 정말 바람처럼 와서 순식간에 오시라"고 했던 것도 "은밀하게 모여서 노출을 절대 삼가라"는 북한식 표현이라고 수사당국은 밝혔다.

그는 '사업작풍(혁명 세력의 사상과 방법)', '간고분투(고군분투의 북한식 표현)', '조중동맹·조중혈맹(조선과 중국의 동맹)', '북남외교', '남녘의 혁명', '위원장 동지' 같은 말도 수시로 썼다.

RO 조직원 박모씨 집에서 발견된 '복무정형(조직원 복무 규정)'이라는 제목의 문건에도 북한식 용어가 즐비하다. 이 문건에는 '1211 고지(6·25 최대 격전지로 일명 '김일성 고지')', '분공(맡겨진 과업)', '손탁(손아귀)', '사상종자(생활의 사상적 알맹이)' 같은 북한 말도 등장한다.

이 밖에도 조직원들은 '깜빠니아(캠페인)', '일꾼', '수구 반동 세력', '종파분자·무형분자(이념 색깔이 불분명한 사람)', '당 대오(혁명 투쟁에 나선 당 간부들)' 같은 말을 사용했다고 수사당국은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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