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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朝鮮칼럼 The Column] 시리아 사태의 성찰을 통한 북핵 해결
조선  |  @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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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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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前 외교통상부 차관

핵개발용 원자로 공격받자 화학무기 만든 이라크·시리아 결국 정권 붕괴 위기에 처해
핵·생화학무기 다 가진 北도 역사적 사례 예외될 수 없어… 6자회담 前 비핵화 검증 필수


이스라엘 공군기들이 2007년 9월 6일 밤 칠흑 같은 어둠을 뚫고 시리아 북동부로 향했다. 잠시 후 알키바르 지역의 한 목표물에 폭탄을 투하하곤 신속히 기지로 귀환했다. 며칠간 공습 피해를 부인하던 시리아 정부는 "아직 사용한 적이 없는 군사 시설"이 폭격을 받았다고 실토했다. 서방 언론들은 이 시설이 2001년부터 비밀리에 건설되어 온 핵개발 원자로라고 보도하였다. 이는 1981년 이라크의 오시락(Osirak) 원자로를 이스라엘이 가동 직전에 공습으로 파괴한 사례와 유사했다. 이스라엘의 안보를 당장 위협하지 않더라도 앞으로 그럴 가능성이 있는 요소들은 싹부터 잘라낸다는 일종의 '예방 공격'(preventive strike)이었다.

하지만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대통령은 원자로 공격을 받은 지 7년 후인 1988년 3월 16일 자국 내 하랍자 지역의 쿠르드족 민간인에게 화학무기 공격을 가해 5000명을 학살했다. 2007년 이스라엘 때문에 핵개발 계획을 접어야 했던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 역시 원자로 공격을 받은 지 6년 후인 2013년 8월 21일 자신을 반대하는 수니파 민간인에게 화학무기를 사용하여(시리아와 러시아 정부는 반군의 소행이라고 주장하지만) 1400명을 사망케 하였다. 그러나 이라크의 후세인 정권은 결국 2003년 미국의 침공으로 붕괴했고, 시리아의 알아사드 정권은 내전사태 와중에 미국의 군사 개입을 막기 위해 화학무기 포기 '시늉'을 하며 정권의 운명을 자신의 후견국인 러시아에 위탁한 상태다.

이라크와 시리아 사태의 시사점은 세 가지다. '예방적 대응'이 핵무기 개발을 막았다는 점. 그러나 국민의 안위보다 정권 안보를 우선시하는 독재 정권은 핵무기 개발이 저지당했을 경우 생화학무기를 보유함으로써 이를 만회하려 한다는 점. 그러다 결국 자국민과 국제사회의 저항에 직면해 정권이 붕괴되거나 붕괴될 위험에 처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점들이 북한에도 적용될 수 있을까? 핵실험을 세 번씩이나 한 북한에 예방적 대응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1993년 북핵 위기가 발생했을 때 우리와 미국은 북한의 핵개발을 막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미국 클린턴 행정부는 영변 핵시설에 대한 정밀 군사 공격까지 검토했으나 '해결사'를 자처한 지미 카터 미국 전 대통령의 방북으로 인해 실현되지 않았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예방적 대응이 불가능하다고 해서 '북핵 위기 20년'의 피로감에 사로잡혀선 곤란하다. 군사력 사용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압박에 알아사드 정권이 화학무기 포기를 선언했듯이, 예방적 대응은 아니더라도 대북 압박의 끈을 더욱 조이는 '적극적 대응'은 외교적 해법의 진전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핵개발을 저지당하면 생화학무기에 박차를 가한다는 논리도 북한과는 거리가 있다. 북한은 핵무기 개발을 저지당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생화학무기를 약 2500t 이상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 지역에서 탄저균 10㎏을 살포할 경우 최고 90만 명, 사린가스 1t을 8.0㎢ 지역에 뿌릴 경우 23만 명의 사망자를 초래할 수 있다. 설령 북한 정권이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을 포기한다고 해도 생화학무기를 통해 정권의 안보를 도모하려고 할 가능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앞으로 북한 핵문제가 '진전'을 이룰 경우 생화학무기도 함께 다룰 필요가 있다.

그리고 독재 정권이 대량파괴무기(WMD)를 포기하지 않을 경우 국제 제재나 군사 공격의 대상이 되고 이러한 과정이 오랜 시간 지속되다 보면 정권의 안보가 위태로워진다.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은 미국의 군사 공격이 임박하자 마치 WMD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임으로써 군사 개입을 저지하려 했으나 실패했고, 시리아의 알아사드는 미국의 군사 공격이 미 의회 승인 절차에 들어가자 러시아를 '중재자'로 앞세운 후 재빨리 화학무기 포기를 선언하였다. 그러나 알아사드 정권이 진심으로 화학무기를 포기할 것으로 믿는 전문가는 거의 없다. 러시아의 비호 아래 시간을 끌면서 반군 격퇴에 사력을 다할 것이나, 이로 인해 더 강력한 제재나 군사 공격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화학무기를 즉각 폐기한다고 해도 정권의 안정을 자국민과 국제사회로부터 보장받을 수 있는 시점은 이미 지나갔다.

김정은 정권 역시 이러한 역사의 가르침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자신만 예외라고 생각하지 않도록 한국과 주변국들은 북한에 대한 압박을 지속해야 한다. 외교적 해법, 즉 6자회담을 반대하지 않으나 사전에 북한이 비핵화를 향한 검증 가능한 행동을 취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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