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교과서 맞나… '김일성 업적' 상세 기술한 책들]
전문가 "北 과대 선전이 定說"

"1937년 6월 동북항일연군 내의 한인 부대원들은 압록강을 건너 함경남도 보천보 지역을 습격하였다. 이들은 경찰 주재소와 면사무소, 소방서 등 일제의 행정 관청을 공격하였으며, 추격하던 일본군을 기습 공격하여 피해를 입혔다. 보천보 전투는 당시 국내 신문에도 크게 보도되었고, 이 작전을 성공시킨 김일성의 이름도 국내에 알려지게 되었다."

북한 교과서의 한 대목이 아니다. 최근 국사편찬위원회의 검정을 통과한 두산동아 고교 한국사 교과서의 5단원 9장 '항일 연합 전선을 결성하다'에 등장하는 박스 기사 '그날의 역사: 보천보를 습격하다'(247쪽)의 서술이다. 보천보 전투는 북한이 '김일성의 역사적인 항일 무장 전투'로 선전하는 전투다.

이 교과서의 본문은 "동북항일연군의 지휘관에는 한인들이 많이 있었다. 한인 간부들은 이념을 초월한 민족적 단결을 이루기 위하여 조국광복회를 결성하였다. 조국광복회는 국내의 민족주의자 및 공산주의자들과 손을 잡고 함경도 일대에도 조직을 확대하고, 보천보 전투 등 국내 진공 작전을 여러 차례 단행하였다"고 썼다. 김일성의 지하혁명 조직으로 알려진 '조국광복회'를 미화했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는 부분이다. 금성출판사(332쪽)·미래엔(293쪽) 교과서도 동북항일연군과 조국광복회, 보천보 전투에 대해 우호적으로 서술했다.

강규형 명지대 교수는 "보천보 전투는 소규모 무장 병력을 기습 공격한 작은 전투로 북한에 의해 과대 선전됐다는 것이 정설인데, 이것을 대한민국 학생들이 보는 교과서에 대표적인 항일투쟁인 것처럼 수록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고교 한국사 교과서 중 보천보 전투를 다룬 책은 현행 미래엔 교과서(301쪽)가 있으나 김일성의 공적으로 서술하지는 않았다. 과거 '좌편향 교과서'로 지목됐던 금성출판사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도 '북한에서는 이 사건을 김일성이 주도한 대표적인 항일 전쟁으로 선전하고 있다'(197쪽)는 정도로 서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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