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이산가족 상봉을 일방적으로 연기시킨 북한이 23일에도 연이은 대남 비방에 나섰다. 이산가족 상봉 연기를 둘러싼 여야의 ‘시각차’는 사흘째 이어지고 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은 23일 '북남관계 파국을 조장하는 반통일적인 원칙론'이라는 글을 게재하고 "남조선 당국은 모처럼 마련된 북남관계 개선의 분위기가 마치 저들의 '원칙있는 대북정책'의 결과인 듯이 떠들어 대고 있다"며 "이같은 남조선 당국의 주장은 지구가 도는지 해가 도는지도 모르는 어처구니 없는 궤변"이라고 주장했다.

노동신문은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등) 대결을 전제로 한 '신뢰'란 병풍에 그린 닭이 홰를 치기를 기대하는 것 만큼 허황하기 그지없다"며 "결국 괴뢰패당의 '원칙있는 대북정책','원칙론'이라는 것은 속에는 칼을 품고 얼굴에는 억지웃음을 짓고 나서는 간사하고 교활한 대결정책이라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 신문은 이어 "계속 '원칙론'을 떠벌이며 대결로 나아간다면 결국 북남관계의 파국과 수치스러운 파멸의 운명을 맞게 될 것"이라며 "우리와 한사코 대결하려는 자들에게는 한치의 선의와 아량도 있을 수 없다"고 강도높게 위협했다.

한편 야당은 이번 이산가족 상봉 연기에 대한 청와대의 ‘양보’를 촉구하는 발언을 이어갔다. 또 이번 북한의 일방적인 연기가 금강산 관광재개를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이날 SBS라디오 '한수진의 SBS 전망대'에 출연, "북한은 늘 벼랑끝 외교를 하기 때문에 우리 정부가 인내하면서 설득할 필요가 있다"며 "우리 정부가 북한에 대해 '금강산 관광'에 조금 더 적극적으로 임해줄 것을 요구하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북한에선 '(이산가족) 상봉만 하고 금강산 관광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게 아닌가 싶다"며 "우리 정부도, 북한도 한발짝 뒤로 물러서서 이산가족 상봉을 하고, 금강산 관광도 재개할 수 있는 길로 서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북한도 박왕자씨 피살문제에 대해 사과표명과 재발방지를 확실하게 해주면서 금강산 관광 재개를 요구해야지, 그냥 현 상태에선 어렵다"며 "북한이 그렇게 해야 우리 통일부나 박근혜 대통령이 국민을 설득할 명분을 주기 때문에 북한의 선제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박 의원은 이어 "우리 정부가 북한에 대해 부자나라답게, 큰형답게 여유를 갖고 대했으면 하는데,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식으로 강경하게 나오는 것은 어른스럽지 못하고, (문제를) 풀어갈 생각이 없는 것"이라며 "저는 우리 정부가 조금 더 유연하게 설득하는 자세로 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도 같은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북한의 이산가족 상봉행사 연기는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일종의 압박전술”이라며 “역풍이 불면 남한 정부가 곤경에 처할 것이라는 계산이 깔린 것이다. 북쪽은 (이산가족 상봉과 금강산 관광을) 묶어서 얘기를 끝내자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 전 장관은 “(북한이) 이번에 연기하는 명분을 돈줄이라고 표현해서 기분 나빠서 안한다는 식으로 얘기하지만 그건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고, 금강산 관광 재계를 확실하게 보장받기 위해는 계산된 부분”이라며 “만약 보름 정도 안에 이 문제가 양쪽의 유연한 자세로 전환이 되지 않으면 장기화가 될 수도 있다. 우리 정부가 움직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당인 새누리당은 북측에 대한 비난을 이어갔다. 황우여 대표는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북한이 이석기 의원 등 내란 음모 연루자들을 옹호하면서 우리 당국의 수사와 정당한 법집행까지 비난한 것은 대한민국의 헌정질서와 법치질서를 무시하는 내정간섭"이라고 했고, 최경환 원내대표는 "달면 삼키고 쓰면 뱁는 감탄고토식의 비상식적이고 반인륜적인 북한의 행태가 이번에도 여지없이 반복됐다. 북한은 어떤 식으로든 응분의 책임과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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