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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조선] 조명철, 북한 현실 잊은 채 지내는 추석은 반쪽짜리
조선  |  @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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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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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를 삶터로 하여 살아온 한민족의 생활방식은 농경방식이었다. 농경사회를 중심으로 이루어진 생활양식에서 가을은 수확의 계절이고, 봄과 여름의 노고를 치하받는 계절이었다. 추석도 바로 한 해를 결산하는 자리였다. 추수를 하고 난 후, 조상의 은덕으로 한 해 농사를 마무리했다는 것에 감사하고, 이웃과 음식과 정을 나누는 축제의 장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추석은 설과 더불어 가장 큰 명절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탈북민들은, 본의 아니게 북한에 남겨진 가족들이 있는 북녘을 바라보며 애환에 잠겨 있다. 그들에게, 두고 온 가족들과 함께할 수 없는 명절이 과연 명절일까 라는 생각에 잠기게 된다.

남한 의식해 ‘씨름’ 대회 시작한 북한
북한은 민속명절 및 각종 기념일과 국경일을 모두 ‘명절’이라고 부른다. 명절은 크게 ‘국가명절’과 ‘민속명절’로 나뉜다. 민속명절에는 추석, 설날, 단오 등이 있으며 국가적으로나 사회적으로 경축하는 기념일인 국가적 명절에는 김일성생일(4월15일) 김정일생일(2월16일) 노동절(5월1일) 조국광복의 날(8월15일), 공화국창건기념일(9월9일), 조선노동당창건일(10월10일), 사회주의헌법절(12월27일) 등이 있다.

북한의 추석명절은 국가가 지정한 정식 공휴일이다. 1970년대에는 김일성의 지시에 의해 사회주의 생활양식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명절에서 제외되었다가 1988년 이후 다시 국가 지정 명절로 부활했다.

북한의 추석명절은 위상 면에서 남한의 추석처럼 최대의 명절이 아니다. 김일성, 김정일의 생일이 민족 최대명절로 지정된 데 반해, 추석은 단지 민속명절 정도로 격하되어 있다. 북한은 남한에서 3일을 지내는 추석을 당일 하루만을 허락하고 있다. 그리고 북한사회가 윤택한 생활을 하고 있다는 체제선전용으로 공장·기업소에서 단체운동으로 줄다리기, 배구, 농구, 연날리기, 윷놀이, 널뛰기 등을 당·근로단체조직에서 강제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추석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씨름이다. 남북한 모두 씨름을 매우 장려해 왔고, 또한 즐겨 왔다. 씨름은 남자들의 기개를 보여줄 뿐만 아니라, 우승자에게는 부상으로 황소를 주는 것이 오랜 전통이다. 농경사회에서 황소는 운송수단이자 농사수단이고, 알곡 수확을 획기적으로 늘려 주는 최고의 자산이다. 이런 풍습은 아직까지 전해지고 있다.

남한에서는 씨름의 대중화를 이루었고, 아마추어뿐만 아니라 프로화로 엘리트스포츠 수준으로까지 발전했다. 반면 북한에서는 오랜시간 씨름을 좀처럼 볼 수 없었다. 그러다 정치·경제뿐 아니라 문화 부문에서 남북한이 격차가 벌어진 것을 의식해서인지 북한도 여가 및 문화생활에서 씨름 등의 행사를 장려하고 있다.

대개가 보여주기식 행사다. 1995년 텔레비전 민속씨름대회를 시작으로 2003년부터 ‘대황소상’ 씨름대회를 평양의 모란봉에서 개최하고 있다. 추석명절에 맞추어 결승전을 생중계하고 있으며, 황소를 부상으로 내려 준다. 경기장에는 동원된 관중이 들어차, 마치 자발적으로 모여와 축제를 즐기는 것처럼 연출된다.

추석이 되어도 친척들 만나기 힘든 북한
북한에서 민속명절로서 추석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지만, 낡은 계획경제와 과도한 인플레이션으로 과거와 같은 풍족한 명절은 느끼지 못하고 있다. 북한체제 선전의 도구로서 김일성, 김정일 생일과 같은 명절에 때맞춰 식량과 부식물을 제공받지만, 추석명절은 상대적으로 소외받을 수밖에 없다. 이런 구조적 한계 속에서 민족의 풍속과 전통을 계승하는 기념일로서 추석은 그 의미가 축소되고 있다.

남한은 추석을 맞아 오랫동안 마주하지 못한 가족들과 함께하기 위해 고향으로 내려간다. 고향방문을 통해 조상들의 무덤에 성묘하고, 음식을 나누며 그동안 못다한 회포를 풀고, 다시 일상으로 복귀한다. 그러나 북한은 추석 당일 하루만을 허락하기 때문에 시간상 타 지역에 있는 가족들을 만날 수 있는 여건이 안 된다. 또한 이동의 자유가 없기 때문에 설사 시간이 된다고 해도, 타 지역에 있는 가족들을 만날 수 없는 제도적 제약이 뒤따른다.

지금 이곳 남한에 정착하여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국민으로 살아가고 있는 2만5000여 탈북민들에게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 흔적이며, 현재 느끼는 자유를 실감케 하는 현실일 것이다. 탈북민 누구나 북한에서 겪었던 자유박탈을 경험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거주이전, 통신, 이동, 직업선택 등 남한에서는 당연시하는 것이 북한에서는 얼마나 큰 특혜고 배려인지 실감할 것이다.

명절은 본래 잘 먹고, 놀기 위한 날이다. 남한에서 설과 추석은 온 가족이 모여서 떡도 빚어 먹고 환담도 나누며 갖가지 음식을 해 먹는다. 그러나 북한은 주민들의 생활이 매우 피폐하고, 식량공급이 부족하여 굶주림과 영양결핍으로 고생이 이만저만 아니다. 그런 와중에 명절에 특별한 음식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사치고 욕심이다. 북한이 김일성 통치 때부터 ‘이밥에 고깃국을 먹고, 기와집을 쓰고 산다’는 구호를 달고 살았지만, 김정은에까지 이르는 3대세습 동안 이 구호는 공허한 메아리, 실현 불가능한 문장으로 자리했다.

배급없인 추석 분위기 안 나
대한민국에서는 광복절과 대한독립 만세를 외쳤던 3·1절 등을 경축하기 위해 태극기를 게양하여 상징성을 더한다. 또한 ‘크리스마스’와 같은 기념일에 즈음하여 ‘크리스마스 트리’와 ‘산타’ 등 상징물들이 등장한다. 북한에서도 체제선전용으로 명절의 특색을 잘 이용한다. 티브이(TV) 화면에서 체제의 우수성을 선전하는 영상물들이 나오고, 거리를 김일성·김정일을 찬양하는 구호로 도배한다. 여러 지역에서 명절행사들도 소개한다.

북한도 김일성, 김정일 생일과 같은 큰 명절 때에는 상징물들도 설치하고, 국기도 게양하고 분위기를 띄우기도 한다. 그러나 북한이 명절을 기념한다고 관영매체를 통해 갖은 선전을 다해도, 현실은 주민들의 불만과 원망소리로 채워진다. 배급제인 북한 실정상 당국에서 양곡과 부식물을 주지 않으면 오늘 당장 먹을 식량도 없는 상태에서 당국이 티브이 통해 명절분위기를 띄운다고 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남북한의 추석은 많이 다르다. 남한에선 추석을 ‘민족대이동’이라고 부르지만, 북한은 추석을 그냥 큰 의미 없는 민속명절로서 공휴일로 여긴다.

남북분단 60여 년, 북한 당국에 의해 사라져 간 민족의 유산들이 많다. 김일성, 김정일의 생일만이 민족 최대의 명절로 알고 살아가는 북한주민들의 현실을 외면한 추석은 어쩐지 반쪽짜리 추석으로 여겨진다. 매해 추석 때만 되면, 임진각 망배단에서 북한쪽을 바라보며 헤어진 가족들의 무사안위를 비는 실향민, 탈북민들의 모습을 더 이상 지켜볼 수만은 없다. 한반도가 하루빨리 통일되어 남북한 주민들이 자유롭게 왕래하고, 함께 추석을 즐기는 그날이 오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조명철

52세. 北 김일성종합대 자동화학부 자동조종학과 졸업. 同경제학 준박사.
김일성종합대 경제학과 교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 同 통일국제협력팀장, 국제개발협력센터 소장, 통일교육원장 역임. 現 제19대 국회의원(새누리당 비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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