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166일 만에 문 열어]

일감 부족… 北근로자 60% 출근
입주기업들 "공단 폐쇄 기간에 거래처 30~40% 떨어져 나가"

개성공단이 가동 중단 166일 만인 16일 재가동에 돌입했다. 정부 당국자는 "전체 입주 기업 123곳 가운데 70%가 넘는 약 90여 기업이 이날 시운전이나 재가동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이날 경기도 파주시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CIQ)는 모처럼 활기가 넘쳤다. CIQ를 가득 메운 개성공단 입주 기업 임직원들은 "거의 반년 만에 개성공단을 방문하게 돼 몹시 설렌다"면서 서로 인사를 건네기에 바빴다. 통일부에 따르면, 개성공단 입주 기업 관계자 739명은 이날 오전 개성공단으로 향했으며, 이 가운데 450여명은 공장 가동을 위해 현지에 계속 머물 예정이다.

입주 기업 대부분은 추석 연휴에도 공장 재가동을 위한 막바지 점검에 구슬땀을 흘릴 예정이다. 의류 업체 신원은 이날 남측 근로자 15명이 개성공단으로 올라갔으며, 이들은 추석 연휴에도 개성공단에 머물 것이라고 밝혔다. 신원 관계자는 "우리 직원들은 추석에도 공장 재가동을 위해 개성에 체류할 예정"이라며 "북한 근로자 2000여명도 추석 당일 하루만 쉴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기전자 부품 기업인 SJ테크 유창근 대표는 "추석 당일 하루만 휴무하고 원자재 입고 등 본격적 공장 가동을 준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16일 북한의 통행 차단 조치 166일 만에 재가동에 들어간 북한 개성공단의 신발 제조 업체 삼덕통상에서 북한 근로자들이 기계 앞에 서서 작업에 열중하고 있다. /통일부 제공




의류업체인 문창산업은 이날 남측에서 관리자 4명이 개성에 들어가 시범 가동을 시작했다. 문인식 대표는 "계절상품인 의류는 보통 3개월 전에 먼저 주문을 받고 생산을 하는데 그동안 주문을 확보하지 못했다"며 "오늘은 북측 근로자 700명 중 300명 정도만 출근시켜 이전에 만들다 중단한 옷을 완성하게 했다"고 말했다.

일감이 부족해 개성공단 재가동 첫날엔 북한 근로자가 한창때의 60% 수준인 3만2000여명만 출근했다. 가동 중단 이전엔 5만3000여명이 근무했다.

입주 기업들은 개성공단이 완전 정상화되려면 무엇보다 신뢰 회복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 입주 기업 대표는 "입주 기업 중에는 공단 폐쇄 기간에 고객이 30~40% 떠난 곳이 많다"며 "공단이 다시 폐쇄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국내외 바이어의 걱정이 여전하다"고 말했다.

개성공단에서 정수장을 운영 중인 한국수자원공사는 이날부터 개성공단과 개성시에 물을 정상적으로 총 2만2000t 공급했다. 개성공단 7000t, 개성시 1만5000t 등이다. 한전도 지난 13일부터 개성공단 내 평화변전소를 재가동, 가동 중단 이전 공급 용량인 최대 10만㎾(킬로와트)의 전력 공급을 재개했다. 한전 관계자는 "아직 재가동 초기라 이날 최대 전력 부하는 1만7800㎾에 그쳤다"고 말했다. 개성공단 정상 운영 시 최대 부하는 평균 4만8000㎾ 정도였다.

남북 간 통신선을 운영하는 KT는 지난 10일부터 지사장 등 인력 3명이 개성지사에 체류하면서 통신 지원 업무 준비를 마쳤다. 개성공단에 지점을 두고 있는 우리은행도 이날 직원 2명이 올라가 개성지점의 업무를 정상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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