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양주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
권양주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

시리아의 화학무기 사용으로 국제사회의 다양한 제재가 강구되고 있다. 엄청난 양의 화학무기를 보유한 북한과 시리아의 커넥션을 감안한다면 시리아 사태는 강 건너 불이 아니다. 국제사회는 반인륜적인 화학무기를 지구상에서 완전히 제거하기 위해 1997년 화학무기금지협약(CWC)을 발효시켰다. CWC 가입국은 가입 10년 내에 화학무기를 완전 폐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CWC에는 현재 북한·시리아를 포함한 5개국만 가입하지 않고 있다. 우리는 1997년 가입했으며, 일부 가입국이 기술·재정상 문제로 아직 화학무기를 완전 폐기하지 못하고 있지만 CWC는 대량살상무기 군축·비확산 분야에서 가장 성공적인 체제로 평가된다.

북한의 화학작용제 보유량은 시리아의 최소 2배 이상인 약 2500~5000t으로 판단된다. 이를 전부 포탄용으로 만든다면 최대 125만발까지 만들 수 있으며, 서울시 면적의 약 4배를 오염시킬 수 있는 양이다. 물론 화학무기는 투발 수단과 화학작용제 종류, 풍향·풍속, 지형·건물 형태, 인구 밀집도 등에 따라 살상 효과가 판이하므로 그 피해를 정확히 예측할 수는 없다. 화학작용제 1000t이면 인구 밀집 지역에서는 4000만명까지 살상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북한의 화학무기는 야포, 항공기 등 다양한 수단으로 투발이 가능하다는 점과 테러용으로 손쉽게 전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핵무기 못잖은 심각한 위협이다.

북한의 화학무기가 조기에 폐기되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평시 관리의 위험성 때문이다. 기술적 특성상 안전성이 떨어지는 북한의 화학무기는 평시 보관·수송 시 위험성도 매우 크다. 더구나 북한은 대부분의 탄을 지하에 분산 저장하고 있는데 탄이 부식될 가능성이 높아 누출될 경우 인명 피해와 토양 오염 등 재앙을 초래할 수 있다. 또한 폐기에도 상당한 재원과 기간이 소요되므로 통일 시까지 그대로 보유하게 된다면 우리에게는 큰 부담이 될 것이다.

따라서 시리아의 화학무기 제거가 국제 이슈가 된 지금이야말로 북한으로 하여금 화학무기 국제 통제 체제에 가입함과 동시에 폐기 절차를 밟도록 국제사회가 비핵화와 같은 수준의 강도로 압박해 나가야 할 적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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