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4일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에 대한 체포 동의안을 통과시켰다. 체포안은 전체 의원 298명의 96.9%인 289명이 표결에 참여해 찬성 258, 반대 14, 기권 11, 무효 6표로 가결됐다. 새누리당(153명)과 민주당(127명), 정의당(5명)은 이날 체포 동의안 찬성 투표를 당론으로 정했다. 이 세 당(黨)의 의석을 합친 285표보다 찬성이 27표 적게 나왔고, 통진당 소속 의원 6표를 빼고도 8명이 이석기 체포안에 반대표를 던졌다. 이 숫자는 지금 국회 안에 '정상적 대한민국 국민'의 '정상적 판단'과 생각을 달리하는 비상식적 정치인이 얼마나 되는가를 간접적으로 표시하고 있다.

이석기와 통진당은 이날 종일 궤변과 억지를 쏟아냈다. 이정희 통진당 대표는 기자회견을 갖고 "(지난 5월 12일 RO(혁명 조직) 모임에서) 총기 탈취 및 시설 파괴 언급은 있었지만 (참석자) 130여 명 중 한두 명이 농담처럼 말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통진당은 처음엔 "RO 모임 자체가 없었다. 전부 날조된 것"이라고 하더니 이 모임의 녹취록이 공개되자 "총이란 말은 없었다"고 했다. 그러다 이젠 "총기 탈취 및 시설 파괴 언급은 농담처럼 한 말"이라고 했다. 이정희 대표의 얼굴은 바로 통진당의 민얼굴이다. 이들은 흑(黑)과 백(白)을 가리지 않는 세력이 아니라 자기 편리한 대로 흑을 백으로 또는 백을 흑으로 만들기도 하는 세력이라는 걸 자기 입으로 증명한 셈이다.

이석기는 이날 본회의 신상 발언을 통해 "이 체포 동의안은 개인에 대한 박해가 아니라 정당정치와 의회 민주주의에 대한 것"이라 하고, 체포안이 통과되자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싸워 나가겠다"고 호언장담했다. RO 모임의 녹취록 속에서 이석기는 "북한은 모두 애국, 남한은 다 반역"이라고 했고, 대한민국 국회를 "혁명 투쟁의 교두보"라고 했다. 그는 세계 최악의 폭정(暴政) 국가 북한을 떠받들고 모셔온 김일성 3대의 머슴이다. 국민을 재판 없이 총살하고 수십만 명을 수용소에 가둬 인간 지옥을 만들고 공개 찬반 투표로 3대 세습 왕조를 지탱하고 국민을 굶어 죽게 하면서도 식량 살 돈으로 핵·미사일을 만들어 온 북한을 자기 조국으로 모시는 이석기의 입에서 나온 '민주주의'와 '정당정치'가 무슨 뜻이겠는가. 그는 "몇 달 뒤면 무죄(無罪)가 날 내란 음모 사건"이라면서 여전히 대한민국을 만만하게 취급했다. 그렇게 거드름을 피우면서 종북(從北) 머슴들의 우두머리라는 거짓 위세(威勢)를 부리고 있는 것이다.

국회는 스스로 이석기가 국회에 남아있는 마지막 종북 내란 세력인가를 묻고, 그 대답을 국민에게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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