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를 데려오기 위해 북한으로 들어갔던 국내정착 탈북자가 북한당국에 체포됐으나 극적으로 다시 탈북에 성공, 1년8개월 만에 한국으로 돌아왔다. 국내정착 탈북자가 다시 북한으로 들어갔다가 체포당한 뒤 재탈북에 성공한 것은 처음이다.

◇재탈북에 성공한 유태준(34·왼쪽)씨가 13일 서울에서 아들 윤호(7)군과 재회의 기쁨을 나누고 있다./전기병기자 gibong@chosun.com

지난 98년 12월 아들(7)과 함께 탈북해 대구에서 살던 유태준(34)씨는 2000년 6월 북에 남은 아내를 데려오기 위해 중국을 거쳐 북한으로 들어갔다가 국가보위부에 체포돼 평양의 보위부 감옥에 수감돼 있던 중, 두 차례 북한언론과 기자회견을 한 뒤 감시가 소홀해진 틈을 타 작년 11월 10일 탈옥에 성공하고 같은 달 30일 압록강을 건넜다.

유씨는 재탈북 후 중국 공안에 체포됐으나 70일간의 조사과정에서 자신은 한국인이라고 주장해, 북한으로의 강제송환을 모면하고 지난 9일 한국으로 출국조치됐다.

유씨가 평양에서 기자회견을 하게 된 것은 조선일보가 작년 3월 17일 그가 북에서 처형당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하고 국내외 인권단체들이 그의 생사 확인을 강력히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태준씨 관련기사            '탈북→北체포→재탈북' 20개월 드라마[유태준 일문일답] '北서 고문..수백번 자살하고 싶었다'유씨 어머니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유태준씨 관련기사 '탈북→北체포→재탈북' 20개월 드라마[유태준 일문일답] "北서 고문..수백번 자살하고 싶었다"유씨 어머니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유씨는 “평양 보위부 감옥에 수감돼 있던 중 작년 5월 갑자기 대남연락소 초대소로 옮겨져 25일간 준비된 원고로 연습을 한 뒤 5월 30일 기자회견 녹음을 했으며, 다시 8월에 인민문화궁전에서 2차 회견을 했다”고 말했다.

유씨는 작년 6월 12일과 8월 14일 두 차례 평양방송을 통해 보도된 기자회견에서 “남한사회에 환멸을 느껴 스스로 공화국으로 돌아왔다”면서 “처음 탈북도 국정원의 유인에 의한 것”이라며 한국 사회와 정부를 비난했었다.

유씨는 북·중 국경의 북한경비대원들에게 뇌물을 주고 북한으로 들어가 아내가 살고 있는 함흥으로 갔으나, 아내를 만나지 못한 채 다시 북한에서 나오려다 국경지대인 무산에서 그를 추적해 온 보위부원들에게 붙잡혔다. 그는 “보위부 감옥에 갇혀 있던 중 두 차례 기자회견 후 감시가 소홀해진 틈을 타 감옥 담장을 넘어 탈출했다”고 말했다.
/김미영기자 miyoung@chosun.com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