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 출범 후 정치권에 큰 파문을 일으켰던 정치인 관련 사건이나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의 수사와 재판이 9개월~2년이 넘도록 마무리되지 않은 채 지지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일부 법조계 인사들은 “정치성이 짙은 사건일수록 처음엔 ‘난리’를 치다가 나중에는 흐지부지 되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일이 되풀이 되면 검찰과 법원의 신뢰성만 해치게 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지난해 말 전격 재수사에 착수했던 ‘서경원(서경원)씨 밀입북 당시의 DJ 1만달러 수수설 사건’이나 ‘언론문건 사건’ 등 정치적인 사건들은 수사 초기에는 큰 파문을 일으켰으나 그 이후 검찰은 9개월이 지나도록 마무리를 못한 채 처리를 마냥 미루고 있다.

북한 측으로부터 받은 5만달러 중 1만달러를 당시 김대중(김대중) 평민당 총재에게 전달했느냐 여부가 초점인 ‘DJ 1만달러 수수설 사건’의 경우, 검찰은 88년 당시 서울지검 공안부 수사팀까지 조사했으나 현재까지 수사결과를 내놓지 않고 있다. 언론문건 사건 처리도 마찬가지. 검찰은 언론문건의 작성자와 전달자를 밝혀내긴 했지만 그 용도와 작성 목적 등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명확한 해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문건 작성 지시자로 지목된 이강래(이강래)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한나라당 정형근(정형근) 의원을 고발한 사건도 처리가 안된 채 오리무중인 상태이다. 이들 사건에 대해 한 검찰 관계자는 “정치권과 여론에 밀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됐다”고 토로했다.

이 밖에도 정 의원이 연루된 20여건의 고소·고발 사건과 이신범(이신범) 전 한나라당 의원 등 국회의원 관련 고소·고발 사건이 짧게는 몇 개월에서 1년 이상 계류 중이지만 아직 처리할 기미가 없다. 검찰은 “소환장을 보내도 정치인들이 나오질 않기 때문”이라는 해명만 되풀이하고 있다.

한편 김대중 정부 출범 이후 최대의 사건으로 꼽혀온 이른 바 총풍(총풍)과 세풍(세풍) 사건의 경우엔 기소된 지 2년이 다 됐는데도 아직도 1심 재판도 끝나지 않고 있다. 그 사이 이 사건 변호인단 중 3명이 4·13 총선에서 당선돼 재판은 더욱 정치성을 띠게 됐다. 세풍 사건은 주범격인 이석희(이석희) 전 국세청 차장이 미국 도피 중이라는 이유로 재판이 사실상 중단된 상태.

비리 연루 혐의로 98년 기소된 정대철(정대철) 의원이나 김윤환(김윤환)·백남치(백남치) 전 의원의 경우에도 1심조차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 밖에 지난 4·13 총선 선거법 위반 혐의로 선관위와 한나라당이 재정신청한 김영배(김영배), 장영신(장영신) 의원과 이상현(이상현) 전 의원 사건도 비슷한 경우. 선거사범 신속재판을 선언했던 법원은 법관 인사(인사)의 와중에 사건을 접수한 지 한 달이 다 되도록 첫 재판을 열지 않고 있다.

/이명진기자 mjlee@chosun.com

/정우상기자 imagine@chosun.com

'정치 사건' 처리 현황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