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 당국이 개성공단 정상가동에는 합의했지만 구체적인 일정이 확정되지 않아 개성공단 입주기업의 속앓이가 지속되고 있다.

특히 입주기업 중 다수를 차지하는 의류업체들은 개성공단 공장가동 일정이 9월 이전에 확정되지 않으면, 내년 봄 의류제품 주문을 받을 수 없어 결국 연말까지 공장을 가동할 수 없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19일 정부와 개성공단기업협회에 따르면, 남북한 정부 당국은 공동위원회를 구성한 뒤 공단 정상가동 일자를 확정해 공단을 정상 가동하기로 했다.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공단 정상화 합의는 이뤄졌지만, 구체적인 재가동 일정이 확정되지 않아 조초해하고 있다. 개성공단 입주기업과 관련한 세금 문제 등을 해결할 공동위원회는 19일 현재까지 구성조차 되지 않았다.

특히 개성공단에 입주한 의류 업체들은 공단 정상 가동 일정이 하루빨리 확정되지 않으면 공단이 정상가동되더라도 내년 초까지 일감이 없어 공장 설비를 놀릴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의류 상품은 일반적으로 추석전까지 가을·겨울 제품 생산을 모두 마친다. 당장 공장을 정상적으로 가동할 수 있어도 수주한 물량이 없어 가을·겨울 제품을 생산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또 10월부터는 내년도 봄·여름 상품을 생산하게 되는데 이를 위해서는 늦어도 9월 말까지는 제품 수주를 완료해야 한다. 그러나 공단 가동 정상화 일정이 정해지지 않아 현재로선 신규 수주가 쉽지 않다.

의류 업계 관행상 바이어가 제품 생산을 맡기기 전 반드시 공장을 살펴보는데 공장가동 일정이 나오지 않아 공장을 보여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입주기업들은 이런 상황이 장기화할 경우 향후 공단이 정상화 돼도 자금 여유가 있는 극소수만 살아남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주문을 받지 못한 상황에서 공장 가동되면 북한 종업원 출근에 따른 인건비를 비롯해 공장 기본 유지비 등 고정비가 발생해 공단이 폐쇄됐을 때보다 더 많은 자금이 필요해 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정부의 추가 자금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옥성섭 나인모드 대표는 "정부가 자금 지원을 계획하고 있다고 하지만 언제부터 추가 자금 지원이 이뤄질지 몰라 자금난에 허덕이는 입주기업은 경영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입주기업들의 자금난도 심각해지고 있다. 4개월 이상 가동을 멈춘 만큼 공장 재가동을 위해서는 설비 수리작업이 필요하지만 대부분 기업들이 자금이 부족해 수리비를 내기 어렵다는 것이다.

신원그룹 관계자는 "겉으로 보기에는 공단 정상 가동이 임박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아직 확정된 것이 없어 공장가동을 위한 아무런 준비작업도 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개성공단기업협회는 "입주기업들 사이에는 먼저 개성공단을 정상적으로 가동시켜 놓은 뒤 부수적인 문제를 점진적으로 해결해 나가야 한다는 여론이 우세하다"고 전했다.




/조선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