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이산가족 회담도 금강산서" 관광 연계 의도 드러내
정부 "우리 제안대로 판문점서… 이산가족·금강산은 별개"


북한이 박근혜 대통령이 제안한 남북 이산가족 상봉 제안을 18일 수용했다. 북한은 이와 함께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남북 당국 간 실무회담을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회담 하루 전인 22일 금강산에서 갖자고 제안했다. 이산가족 상봉과 금강산 관광 재개를 연계하려는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북, 이산가족 상봉과 금강산 관광 연계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이날 오후 대변인 담화를 통해 "추석을 계기로 금강산에서 흩어진 가족·친척 상봉을 진행하며 10·4 선언 발표일에 즈음하여 화상 상봉을 진행하자"고 밝혔다. 조평통은 "이를 위한 북남 적십자 실무 회담은 남측 제안대로 23일 개최하도록 하며, 장소는 금강산으로 하여 실무 회담 기간 면회소도 돌아보고 현지에서 그 이용 대책을 세우도록 하자"고 수정 제안했다. 이에 앞서 통일부는 16일 판문점 연락관을 통해 오는 23일 판문점 남측 지역인 평화의 집에서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남북 적십자 실무 접촉을 갖자고 제안한 바 있다.


개성공단 시설 점검을 위해 17일 방북했던 한국전력·KT·수자원공사 관계자들이 파주시 남북출입사무소를 통해 돌아오고 있다. /통일부 제공


북한은 이와 함께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당국 간 실무 회담도 22일 금강산에서 개최하자고 제안했다. 북한은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실무 회담에서는 관광객 사건 재발 방지 문제, 신변 안전 문제, 재산 문제 등 남측의 관심사들을 포괄적으로 협의·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금강산 관광은 2008년 7월 북한이 남측 관광객 박왕자씨를 사살(射殺)한 후 전면 금지됐다. 북한은 개성공단 관련 2차 실무 회담이 열린 지난달 10일에도 금강산 관광 재개와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별도 실무 회담을 갖자고 제의한 바 있다. 정부는 당시 인도적 차원에서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실무 회담만 수용하고,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실무 회담은 "일단 개성공단에 집중하자"며 거부했다.그러자 북측은 회담 제의 하루 만인 지난달 11일 이산가족 상봉과 금강산 관광 실무 회담을 모두 보류한다고 밝혔다.

북한의 이날 제의에 대해 김형석 통일부 대변인은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 관련 적십자 실무 접촉을 23일 개최하는 데 동의한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서도 "장소는 당초 우리 측이 제의한 대로 판문점 평화의 집으로 할 것을 다시 제의한다"고 밝혔다. 북측이 제의한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남북 당국 실무회담에 대해서는 "내부 검토 후 정부 입장을 밝히겠다"며 선을 그었다.

◇"금강산, 북한의 재발 방지 약속 있어야"

정부는 금강산 관광과 관련, 북측이 '관광객 사건 재발 방지'와 신변 안전, 재산 보호 등을 논의하자고 한 것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이산가족 상봉과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실무회담은 별도로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산가족 상봉을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협상카드'로 쓰려는 북한의 의도에 넘어가지 않겠다는 것이다.

정부 당국자는 "우리가 추구하는 것은 상식과 국제규범이며, 일반 국민이 납득할 수 있어야 한다"며 "내부 검토를 진행해 봐야겠지만 북한이 원하는 대로 22일, 23일 연달아 회담을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준비도 본격화하고 있다. 정부는 재발 방지 등 제도적 장치 마련을 위해 이르면 19일쯤 판문점 연락관 채널을 통해 북측에 개성공단 남북공동위원회 구성 및 운영에 관한 협의를 제안할 예정이다. 정부는 17일에 이어 19일에도 전력·통신·용수·폐기물처리 등 시설 점검팀 34명을 개성공단에 보낼 예정이다. 입주 기업들의 방북은 기반 시설 점검이 마무리되는 금주 후반쯤부터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금강산 관광 박왕자씨 피살 사건

2008년 7월 11일 오전 금강산 관광에 나섰던 민간인 박왕자(당시 53세·여)씨가 북한군의 총격에 의해 피살(被殺)됐다. 1998년 금강산 관광이 시작된 이래 관광객이 북한군의 공격을 받은 것은 박씨가 처음이었다. 정부는 사건 발생 후, 북한에 △진상 규명 △재발 방지 약속 △신변 안전 보장의 '3대 선결 요건'을 제시했지만 북한의 거부로 관광 중단이 장기화됐다. 이후 북한은 금강산 지구 내 남측 자산(3673억원) 동결·몰수(2010년 4월)→현대아산의 관광 사업 독점권 취소 발표(2011년 4월)→금강산국제관광특구법 채택(2011년 5월)→남측 체류 인원 추방(2011년 8월) 등 일방적인 조치를 취했다.



/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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