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평가

남북이 14일 개성공단의 정상화를 위한 합의서를 채택한 데 대해 전문가들은 남북이 상호 양보함으로써 경색된 남북관계를 푸는 첫 단추를 끼웠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실무회담의 당초 목표였던 구속력 있는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아쉽다는 의견과 북한이 실제 합의서를 어떻게 이행할지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이 제기됐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북한은 이번 합의를 통해 일단 남측이 수용할 수준까지 양보한 후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뜻"이라며 "북한이 국제적 고립에서 벗어나 한반도 정세를 관리해 나가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김근식 교수, 정세현 前장관, 김영수 교수, 천영우 前수석.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북한의 태도 변화에는 중국 측의 강력한 권고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북중·북미 관계 개선이 절실한 북한으로서는 남북 관계 개선이 필요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전 장관은 또 "북한은 북중·북미 관계 개선을 통해 김정은 체제 안정화를 꾀하려고 한다"며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 국제 정세가 안정돼야 체제 안정도 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구속력 있는 장치를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에 개성공단 가동 중단 사태가 재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김영수 서강대 교수는 "개성공단 내 인터넷과 휴대전화 사용 등은 그간 북한이 극구 반대해왔던 것인데 이것을 수용하는 등 합의문만 보면 상당히 진전된 것"이라며 "하지만 합의 채택과 이행은 완전히 별개"라고 말했다. 그는 "7·4 남북공동선언 이후 남북 간의 합의 가운데 북한이 제대로 이행한 경우는 단 한 건도 없었다"며 "실제 개성공단 남북공동위원회가 개최돼야 북한의 의지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북한이 개성공단 정상화에 합의한 14일 자전거를 탄 북측 근로자들이 남북 실무회담이 열린 개성공단 종합지원센터 앞을 지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북한은 미사일과 핵 개발을 위해 개성공단 임금이 필요하기 때문에 처음부터 개성공단을 닫을 의도가 없었다고 본다"며 "개성공단 재가동만 볼 게 아니라 북한 비핵화 등의 목표를 고려해 임금 지급 방식을 쌀·밀가루 등으로 바꾸는 게 좋지 않았을까 한다"고 말했다. 천 전 수석은 "북한도 당분간은 남북 관계 관리와 개성공단 안정을 위해 도발 등을 자제하겠지만 '노무·임금의 국제화'를 자기 식대로 해석해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고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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