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철 사회정책부 차장


한국 의료진이 몽골 의사들에게 최신 의료 기술을 전수하는 현장을 취재하기 위해 최근 몽골에 다녀왔다.

몽골의 의료 수준은 우리보다 20~30년 이상 뒤처져 있다. 몽골에서 가장 최신 장비를 갖추었다는 병원도 우리 동네 의원보다 시설이나 장비가 뒤떨어지는 것 같았다. 그나마 시설이 나은 민간 병원은 전액 사비로 이용해야 하기 때문에 부자들만 이용하는 형편이었다. 이런 몽골에 연세친선병원, 모바이오병원, 남양주 현대병원 등 한국계 병원들이 진출해 있고, 한 해 50~60개 팀의 한국 의료진이 찾아가 의료 봉사도 하고 있다.

최신 의료 세미나에 참석한 몽골 의사들은 진지했다. 80% 정도가 여성인 몽골 의사들은 한국 의료진의 한마디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부지런히 필기하며 강의를 들었다. 매년 현지 의사 150여명이 참석하는 이 세미나는 벌써 10년째 이어지고 있다. 의료 수준이 높은 한국 의료진의 강의는 충분한 실습 없이 치료에 임하는 몽골 의사들에게 큰 도움을 주고 있다고 현지 의사들은 말했다. 몽골 의사들의 수준이 높아지면 그만큼 몽골 국민이 혜택을 볼 것이다. 한국 의료진의 의료 봉사는 몽골만 아니라 캄보디아·베트남 등 동남아, 아프리카 등지에서도 활발하다.

세미나에 만족하는 몽골 의사들을 보면서 '우리가 왜 북한이 아닌 몽골에 있는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울란바토르 근교 풍경이 북한의 산하를 연상시켰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나무가 없는 황량한 산, 붉은색 계통의 낮은 지붕들, 소들이 풀을 뜯는 모습 등은 게르만 빼고 나면 북한의 여느 시골 풍경과 다를 바 없었다.

북한 주민이 기본적인 약품·장비도 없는 참담한 의료 현실에서 고통받고 있다는 것은 굳이 언급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북한의 5세 이하 어린이 32.4%가 발육 부진 상태다. 한국인의 기대 수명이 1990년 72세에서 2011년 81세로 9세 늘어나는 사이 북한 주민의 기대 수명은 같은 기간 70세에서 69세로 오히려 1년 줄었다(세계 평균은 70세). 우리가 먼저 의료 장비를 지원하고 최신 의료 기술을 전수해야 할 대상은 당연히 같은 민족인 북한일 것이다.

그러나 북한과 몽골은 다른 점이 많다. 북한 정권은 체제 동요를 우려해 의료진 등 인적 지원을 받는 데 소극적이다. 툭하면 정치적 이유로 이 핑계 저 핑계 대서 방북을 거부하기 일쑤다. 장비·약품 등 물적 지원은 받는 편이지만 인적 교류가 원활하지 않기 때문에 남북관계가 좋을 때 지원한 의료 장비들도 전기 부족이나 고장으로 무용지물이나 다름없는 상황이다. 개성공단 정상 가동을 가로막은 '3통(통신·통행·통관) 문제가 의료 지원에서도 똑같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그나마 2010년 (우리 정부가 천안함 폭침 직후 취한) 5·24 조치로 의료 분야의 물적 지원마저 대폭 감소했다. 북한 정권은 여러모로 참 나쁜 정권이다. 다만 우리 정부도 보건 의료 같은 순수 인도적인 분야는 정치적인 상황에 관계없이 유지하겠다는 좀 더 대범한 자세를 가졌으면 좋겠다.




/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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