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조평통 담화문에서 책임 우회 인정 해석…태도 변화 주목

정부 "어떤 식으로든 北 책임 담겨야" 입장 견지

책임을 인정하면서도 체면도 고려하는 기술적 접근 주목



개성공단 가동중단 사태에 따른 입주기업들에 대한 경협보험금 지급개시일인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개성공단 정상화 촉구 비대위 사무실에서 한재권 위원장을 비롯한 비대위 관계자들이 논의하고 있다. 2013.8.8/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오는 14일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남북 당국 간 제7차 실무회담이 열린다.

최대 관전포인트는 개성공단 중단 사태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느냐의 문제와 관련한 북측의 입장 변화 여부다.

공단 가동 중단 사태를 남측의 군사적 위협, 최고존엄 모독 탓으로 돌리거나, 최소한 남북 양측의 공동 책임이라고 뭉뚱그려 주장해온 북측이 이번에 어떤 입장을 보일지가 가장 주목되는 것이다.

아울러 7차 회담에서 표명하는 북측의 입장을 남측이 어떻게 수용하느냐도 회담 진전의 최대 변수가 될 것이다.

일단 다수 전문가들 사이에선 북측이 이번 회담에선 지난 여섯차례의 회담 과정에서 북측이 사태책임 문제에서 보였던 것 보다 진전된 내용을 들고 나올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북측의 7차회담 제의를 수락하며 발표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특별담화에 나타난 북측의 태도에서 그러한 기류가 읽힌다는 것이다.

일단 북한은 담화가 제시한 5가지 입장 가운데 1항에서 "지난 4월 8일 선포한 중단 조치를 해제하고 공업지구에 대한 남조선기업들의 출입을 전면 허용한다"고 밝혔다.

이는 북측이 그동안 회담에서 내놓았던 내용에는 없는 내용이다. 4월 8일 당시 김양건 북한 통일전선부장이 개성공단을 방문하고 공단 인원에 대한 철수조치를 취한 날로, 이 조치를 해제하겠다는 것은 사실상 공단 중단의 원인이 당시의 이 조치에 따른 것이란 점을 함의한다.

때문에 북측이 공단 중단 사태의 책임을 우회적으로 인정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우리측에 전달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이같은 해석이 맞고, 또 이러한 태도가 다름 회담에서도 이어진다면, 이는 분명히 북측의 태도가 전과는 달라진 것으로 볼 수 있다.

문제는 북측의 이같은 태도가 우리 정부가 용인할 수 있는 형태로 합의문에 담길 수 있느냐다.

사태에 대한 책임인정 문제는 즉 재발방지 약속문제와 연결되는 것이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재발방지 약속의 주체가 분명하게 있어야 한다.

북이 책임을 인정했다면, 재발방지 약속의 주체도 당연히 북이 되야 하지만, 북한이 과연 우리측에 이같은 태도를 보일 가능성은 미지수다.

이같은 관측은 최근 조평통 담화문에서도 여전하다. 담화문 4항에는 "북과 남은 공업지구중단사태가 재발되지 않도록 하며 어떤 경우에도 정세의 영향을 받음이 없이 공업지구의 정상운영을 보장하도록 한다"고 밝혔다.

이는 북한이 6차회담에서 "공단 운영에 저해되는 일을 일체 하지 않기로 했다"는 내용이 빠져 있는 등 표현의 차이는 있지만, 여전히 재발방지 약속의 주체가 북과 남으로 돼 있다.

이는 공단 사태가 북의 일방적인 조치에 의한 것이라고 꾸준히 주장해온 우리 정부가 수용할 수 있는 범위에서 한참 벗어나 있는 것이다.

정부 당국자는 "합의문에 가동 중단 사태의 책임이 북측에 있다는 등 우리 국민들이 충분히 수긍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돼야 함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합의문에 어떤 식으로든 "북측이 책임을 인정하고, 재발방지 약속을 해야한다"는 내용이 담겨야 한다는 뜻이다.

일각에선 "북과 남은 공업지구중단사태가 재발되지 않도록 한다"는 북측 입장을 수용하되, 별도의 문항을 통해 이번 사태의 책임이 북측에 있다는 점을 밝혀놓는 안을 정부가 수용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즉 북의 책임을 인정하되 북의 체면을 고려하는 기술적 접근도 가능하지 않느냐는 관측이다.

"북과 남이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한다"는 내용 자체에선 엄밀하게 따졌을 때 책임소재 문제는 불분명하다. 대신 별도의 문항을 통해 북측의 책임을 따로 거론하는 경우 "책임을 지닌 북한이 사태를 재발하지 않도록 한다" 식으로 해석 가능해 질 수 있다는 논리다.

이는 북측의 일방적 조치로 사태가 발생했다는 점을 인정할 것을 요구해온 정부도 수용 불가능한 조건은 아니라는 관측에 따른 것이다.

북측이 입주기업들에 대한 피해보상 문제에 대한 접근을 통하는 방법도 있다.

한 대북 관계자는 "북측이 일정기간 동안 기업들에 대한 세금감면이나 수수료 감면을 약속하는 경우도 상정할 수 있다"며 "이는 남측 입장에선 자연스럽게 사태의 책임이 북측에 있음을 사실상 시인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북측 입장에서는 피해를 입은 남측 기업에 대한 북측의 아량으로도 해석될 수 있어 북의 거부감이 적을 수 있다.

북측이 과연 세금 감면 조치를 약속하겠느냐는 회의론도 있지만, 개성공단 문제가 풀릴 경우 인도적 대북지원이나 금강산관광 재개로 연결될 수도 있다는 측면에서 가능성이 없지 않아 보인다.

다만 이같은 시각들은 모두 북측이 이번 회담에서 사태책임 문제에서 전과 다른 태도를 보일 경우를 전제로 한 것이다.

북측이 여전히 책임문제에서 태도변화를 보이지 않는다면, "북측의 진정성 있는 태도"를 강조해온 정부 입장에선 협상의 여지가 크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북한이 우리 정부의 개성공단 정상화 논의를 위한 7차 실무회담 제의를 수용한 7일 오후 경기도 파주 도라전망대에서 바라본 개성공단이 짙은 안개에 휩싸여 있다. 북한은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를 통해 우리 정부의 개성공단 정상화 논의를 위한 '7차 실무회담' 개최 제안에 대해 "8월 14일 7차 실무회담을 열자"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우리 정부는 지난 29일 류길재 장관 명의의 전통문을 판문점 연락관을 통해 북측에 전달하며 '7차 실무회담'을 제안한 바 있다. 2013.8.7/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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